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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7-04 11:12
나는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글쓴이 : 인권연대
조회 : 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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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추명구 대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고단한 5개월이었다. 의지의 강·약함과는 상관없이 충만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언가를 결정한다는 것은 연속적인 당황과 분주함을 견뎌야 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우리단체 실무책임자가 갑작스럽게 사임을 하고 그 역할에 대해 제의 받았을 때 나 또한 내가 감당해야 할 일들을 쳐 내기에도 지쳤고, 이 활동에 대한 회의감이 깊을 때였다.(그러나 회의감이 깊더라도 이 활동을 쉽게 그만접을 수 없는 이유는 먹고 사는 문제와 스스로 만들어내는 수치심과 주위의 시선, 일에 대하여 부정하는 상태에서도 꾸물꾸물 치고 올라오는 활동에 대한 욕망 때문이다.)

   (10여년의 경력 활동가였지만 행정으로부터 위탁받은 단체경험은 없었다.)팀장으로 시작해서 4년차때 국장을 했고, 5년차때 정관의 절차를 거쳐 사무처장이 되었다. 부끄럽지만 상황이 그렇게 되었다. 이제 더한 강박증에 시달리며 감추어졌던 나에 대해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세 아이를 키우면서 점점 드러나게 된 나의 모습의, 두 번째 고백일 것이다. 나는 이제 내 밑바닥을 드러내거나 혹은 내 안의 동력으로 무언가를 생산해야 한다. 어찌되었던 여전히 안절부절이다.

   20년이 넘은 우리단체는 시민사회, 행정, 기업의 거버넌스 단체로 지역의 의제를 설정하고 실천을 합의하는 협의체다. 20년의 시간속에서 우리가 생각했던 의제는 (중간지원조직이 생기면서)전문적인 영역으로 분화되었고 (아직 행정의 변화가 더딘감이 들지만)환경에 대한 의미와 역할도 확장되었다. 그리고 우리는‘지속가능발전’이라는 우리 몸에는 버거운 옷을 걸치게 되었다. 
   그래도 4년동안 있었는데... 위상을 변경하니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의 급여로는 10년차 활동가가 우리 단체를 선택하기에 어려운 조건이었고, 한지붕에 세 가족이 모여산다는 것도 구체적으로 보였다. 서로 다른 세 과에서 예산을 지원 받기 때문에 고용형태도 세가지 였으나 지금은 (불안한)두가지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기후변화대응 활동이나 시내버스서비스모니터단 사업은 목적에 대해 동의하고 추진되는 사업이지만 그로인해 사무처의 통합적인 운영과 고용에 대해서는 풀어야할 과제가 되었다.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업은 조직안에서 합의에 의해 계획되었으나, 다른 두 사업은 예산을 주는 행정에서 지정되어 내려오는 사업이라 집행의 역할 밖에 할 수 없었다. 끌려다니는 일은 그만큼 마찰력도 커졌다. 
   우리단체의 매력은 대전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분야에 대한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만나서 대화하고 지역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고 실천할 수 있는 장이기 때문이다. 환경․사회․경제에 대해서 시민사회, 행정, 기업은 서로 다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지속가능성과 발전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나타날 수 있고, 방식의 차이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가치의 차이는 협치를 통해 이해의 문장으로 만들고, 설득의 문장으로 만들어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의제를 만든다. 그러나 그러한 작업을 할 수 있는 모임과 대화는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다. 사람들은 더 바빠졌고 의미마저 퇴색되어지는 느낌이다.

   세번의 채용공고를 통해 나의 업무를 담당할 활동가를 맞이했다. 시민단체에서 활동한 경험은 없지만 기업에 다니면서 삶에 대해 회의감이 들었다고 했다. 단체활동을 통해 삶을 전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도 다행이다. 어차피 실무는 경험하고 익히면 되지만 마음가짐은 억지로 집어 넣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처장직을 맡고 한달만에 사무처를 구성했다. 창업과도 같은 현실이다.       활동가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사무처 운영의 첫 번째를 소통문화로 잡았다. 조직의 정체성에 대한 대화부터 조직과 개인의 관계, 활동가와 운동성, 조직문화 등 내가 의욕이 앞섰는지 활동가들이 버거워하는 눈치다. 나 또한 대화를 통해 관점의 차이, (세대)경험의 차이를 느끼기도 했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괜히 말을 꺼낸 것 같기도 하고, 그냥 거리두기를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속상했지만)관점이 맞지 않는 의견과 행동에 대해서는 내 사고의 폭을 확장하는 기회라고 여겼다. 근로기준법 강의도 다함께 수강했다. 우리에게 유익한 강의였지만, 우리단체의 경우 시와의 협상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리니 갑자기 피곤해졌다. 또한 (당연하지만)다 사용하지 못하는 연차휴가(작년 나의 경우는 8.5일 사무실 평균 4일 정도 사용을 못했다), 시간외 근무수당 등 복지 관련 의견을 들으니 더 피곤해졌다. 
   이제는 대화에도 진전이 보인다. 최근 대화에서는 우리단체가 결정권과 독립적이지 못한 관변또는 행정의 한 부서 같다고 말한다.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여기까지가 한계다. 나만 쳐다보기 때문이다. 관변이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의 전략과 실천은 없다. 일단 “우리단체는 관변이다”라는 명제를 꺼 냈으면 이 현상에 대해서 파고 들어야 한다. 행정과의 관계, 운영위원과의 관계, 정관 등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툭툭내뱉는 썰은 상처만 남는다. 이 명제가 우리의 첫 번째 과제다.

   모두가 옮은 시대다. 무엇이 진리일까? 지속가능발전 또한 발전론의 또 다른 형태다. 다 알고 있지 않은가? 경제성장이 빈곤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감수해야 하다는 사실도. 도시에 대한 과감한 도전에 대해 현재 발생할 불편함에 대해서만 쏟아 붓는다. 그런 세상에 살아보지 않았으면서 서둘러 판단한다. 
   지금 여기에 내가 할 작업은 지속가능발전이라는 나만의 개념을 만드는 것이다. 경제성장의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몸으로 이론으로 공부해야 한다. 사회발전의 지수의 질문처럼 우리는 시민들이 생존을 위한 기본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 우리는 시민들이 더 나은 삶을 보장받기 위한 구성 요소들을 갖추고 있는지, 우리는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요건을 갖추고 있는지. 지금 여기 우리는 깊숙이 개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