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대전충남인권연대로고
대전충남인권연대소개 인권피해신고접수 인권교육안내 미디어 자료실 후원자원봉사안내 참여마당
 

박현주(시민참여연구센터 사무국장) 손주영(북디자이너) 이광원(청소년인문강사) 이희옥(교사) 추명구(대전지속가능발전협의회 팀장) 오임술(민주노총대전본부) 임아연(당진시대기자)님과 같은 지역의 현장 활동가들이 생활하면서 느끼는 인권현안에 대해 2주에 한 번씩 글을 기고하는 칼럼입니다.

 
 
 
 
작성일 : 17-11-15 14:28
2017년 늦가을의 거리
 글쓴이 : 인권연대
조회 : 575  
2017년 늦가을의 거리


오임술(민주노총대전본부 노동안전국장)


  이맘때면 날씨가 어김없이 추워지고 무슨 데이로 불리는 11월11일과 항상 춥다는 수능일로 들썩인다. 그리고 11월11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창립일이다. 전태일 열사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는 이 시기에 개최된다.
 
  1970년 11월13일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나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고 외치며 전태일 열사가 분신 자결한 날이다. 그때 나이 22살로 청년 전태일은 이타주의적 삶을 마감했다. 올해 민주노총도 창립22주년을 맞았다. 전태일정신이 사라졌다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한국사회 청년세대들과 비슷한 노동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노오란 낙엽이 거리에 수북하다. 노동자들이 거리마다 천막을 치고 하늘 감옥 이라 불리는 고공농성으로 내몰린다. 대전은 대전시청, 노동청, 한남대, 대전역, 대전MBC에 천막 농성장이 설치되어 있다. 한상균 민주노총위원장과 이영주 사무총장은 감옥과 사무실 안에 2년 동안 갇힌 채 임기를 마무리 하고 있다. 촛불정권이라 자임하는 문재인 정권은 구속노동자들과 양심수를 아직 석방하지 않고 있다. 전교조, 공무원노조에 대한 법외노조 철회도 미루고 있다. 이명박-박근혜정권과 촛불정국에서 헌신적으로 투쟁을 전개했던 노동계는 씁쓸한 가을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노조는 공정방송 쟁취와 부역자 언론인들의 청산을 주장하며 파업 중이다. 대전MBC지부는 김장겸 MBC사장이 해임되었어도 대전MBC 이진숙사장이 물러날 때 까지 파업을 이어간다. 고대영사장의 즉각 퇴진을 주장하는 언론노조KBS본부와 KBS대전충남지부도 파업을 지속한다.

  작년 파업 일수를 훌쩍 넘겨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보건의료노조 을지대학교병원지부는 타 병원과 비교해 열악한 임금과 부족한 인원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지만 병원은 외형확대에만 몰두하고 있다. ‘비정규직철폐하라! 열악한 임금구조 개선하라!’ 는 요구가 정당하기에 노동자들은 파업에서 이탈하지 않고 있다. 임신도 눈치를 보고 순번을 기다려야 하는 백의천사들은 생리현상도 자유롭게 해결하지 못한다고 눈물로 호소하는 간호사들은 ‘사람에게 투자하라’며 거리행진을 시작한다.  

  한남대학교 교훈은 진리, 자유, 봉사다. 정문 앞에는 총학생회 후보 선거운동원들이 피켓을 들고 있는 뒤편으로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천막농성장이 있다. 전임 총장이 합의해준 합의서를 이행할 필요가 없다는 이덕훈 총장에게 진리는 무엇일까? 교직원 대우를 해주지 않는 열악한 처지의 용역노동자들에게 정년만 똑같이 60세로 맞추라는 한남대학교의 요구는 정당할까? 대부분의 청소, 설비용역 노동자들의 정년은 65세에서 70세다. 총장이 키우는 개 보다 못한 처지라고 노동자들은 말한다. 총장님은 일요일마다 교회에 빠짐없이 나가신다. 

  대전시청에는 대전시청 청소노동자들의 정규직전환과 관련해 대전시청의 무 대응을 비판하며 노조와의 성실한 대화와 협의를 촉구하는 천막농성장이 설치되어 있다. 물론 일찍 자리 잡은 월평공원 대규모아파트 건립을 반대하는 천막농성장과 이웃사촌이 되었다.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시대‘ 선언은 공공기관 대부분의 노동자에게 ’빛 좋은 개살구‘로 느껴진다.

  시청 앞 은행나무 거리를 지나 건너편 느티나무 가로수 길을 조금 걷다보면 노동청 앞의 천막이 보인다. 한국타이어 산재사망 노동자 분향소이자 대전지방노동청을 규탄하는 천막농성장이다. 한국타이어는 각종 암과 질병으로 노동자들이 집단사망하고, 산재로 인정받지 못한 수많은 노동자들이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어 ‘죽음의 공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국타이어의 산업재해는 질병(직업병)산재에 비해 알려지지 않았지만 끊임없는 사고성재해가 발생 해왔고 산재은폐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전근대적 노무관리와 노동탄압은 이명박대통령의 사돈기업이라는 것과 무관할까? 산재사망사고가 난 정련공정도 계속 사고가 발생하여 위험요인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 왔었던 곳이다. 그러나 노동부는 10여 년간 계속된 문제제기에 대해 최근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만을 노조가 제기했다며 사망사고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고 오히려 힘겹게 소수노조로 활동하고 있는 금속노조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언을 했다. 노동자들이 산재사망노동자의 죽음에 항의하자 ‘담당 근로감독관들도 열심히 했는데 사고가 나서 아쉽다‘라는 노동부의 발언은 노동자들의 거센 항의를 불러 오기도 했다. 전태일 열사가 60여 년 전 찾아갔던 노동부 근로감독관과 현재의 근로감독관은 노동자들에게 어떻게 다를까? 전태일 열사가 찾던 대학생친구도 필요 없는 세상이 되었지만 노동자들은 거리도 부족해 하늘로 올라가야 하는 세상이다. 

  정권이 바뀌기 전에도 바뀐 후에도 그 이후에도 노동자들은 투쟁을 해왔고 할 것이다. 세상의 부조리와 노동자들의 해방을 위해 싸워야 하기 떄문이다. 갑자기 정권이 바뀌었다고 새로운 요구를 하는 것도 아니다. 노동자들의 세상은 오지 않았는데 정권의 지지자들이 민주의 이름으로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을 비난한다면 그것이 적폐다. 추워진 날씨만큼 낙엽이 쌓이고 늦가을 거리의 노동자들은 진정한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