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대전충남인권연대로고
대전충남인권연대소개 인권피해신고접수 인권교육안내 미디어 자료실 후원자원봉사안내 참여마당
 

박현주(시민참여연구센터 사무국장) 손주영(북디자이너) 이광원(청소년인문강사) 이희옥(교사) 추명구(대전지속가능발전협의회 팀장) 오임술(민주노총대전본부) 임아연(당진시대기자)님과 같은 지역의 현장 활동가들이 생활하면서 느끼는 인권현안에 대해 2주에 한 번씩 글을 기고하는 칼럼입니다.

 
 
 
 
작성일 : 17-10-18 13:16
핵과 인권
 글쓴이 : 인권연대
조회 : 590  
핵과 인권


박현주 (핵재처리저지를위한30km연대 집행위원)


대한민국은 지금 핵 소용돌이 속에 있다. 대통령의 탈핵선언 이후 신고리5.6호기 공론화는 태풍의 눈이 되었고, 고준위핵폐기물 처분장, 재처리와 고속로 연구, 신재생에너지 논쟁 등이 소용돌이의 양팔이 되었다. 태풍은 거세게 회전하면서 매일 아침마다 찬반의 주장과 기사들을 폭우처럼 쏟아내고 있다. 거기에다 북한이 제6차 핵실험을 도발하면서 국제정세 불안과 안보우려까지 크게 더해져 핵 태풍은 한반도 전체를 뒤덮어 버렸다. 

현재의 폭풍 상황을 보며 ‘평화로운’ 핵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는다. 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는 결코 무기가 될 수 없으니 안심하라던 친원전 세력들은 북핵에 대한 대비책으로 핵발전소를 계속 돌려야 한다며, 우리도 충분한 재처리 기술이 있는데 왜 탈핵정책으로 매몰시키냐며 펄펄 뛰고 있다. 그들의 갑작스런 돌변은 핵과 평화의 공존이란 애초에 불가능한 작전이었음을 보여준다. 

이 상황에서 가장 위태로운 존재는 힘도 권력도 없는 국민이다. 핵발전소를 더 지으면 그 오염과 사고 위험을 평생 안고 살아야 하고, 재처리로 핵무기를 개발한다면 남과 북 양쪽에서 을러대는 핵위협과 군비경쟁에 녹초가 되고 말 것이다. 갖다 버릴 곳 없는 고준위핵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 최종 처분장을 만든다면 삶의 기반을 고스란히 내주어야 할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재활용’이란 말로 포장하지만, 명백한 재처리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 연구(사용후핵연료의 건식재처리방식)와 이를 태울 고속로 연구를 유지하는데 천문학적으로 빨아들이는 세금을 죽을 때까지 바쳐야 할 것이다. 

방사능 오염과 피폭 위험을 미세먼지처럼 일상화된 환경재앙으로 안고 살면서 그것 때문에 인간답게 살 권리를 지속적으로 침해받을 예정이라면, 이제는 인권으로서의 환경권을 주장할 때다. 
1972년 6월 개최된 유엔 인간환경회의는 일찍이 환경 위협에 맞서 세계인의 협력을 약속하는 스톡홀름 선언을 채택하였다. 이 선언에서 핵에 대한 원칙은 다음과 같다. 
  
“인간과 그의 환경은 핵무기의 영향과 다른 모든 대량 파괴의 수단으로부터 구제되어야 하며 모든 국가는 국제기구의 테두리 내에서 그러한 무기의 제거와 완전파괴에 신속한 합의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스톡홀름 선언 원칙26)

북핵에 대비하여 핵발전을 계속해야한다는 논리는 스톡홀름 선언을 망각하고 있으며, 정부가 이 호전적인 논리에 승복한다면, 국제협약을 명백히 위배하는 것이다. 

2013년부터 대전의 시민사회는 새로운 운동 과제를 맞이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있는 유성구 주민들은 핵으로부터 안전할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부산 울산 영광 같은 핵발전소 주변 지역에 비하면 30~40년 늦은 목소리였지만 움직임의 속도는 빨랐고 거둔 성과도 적지 않았다. 2015년도에 대전 최초로 주민청구로 원자력안전 유성구 조례가 제정하였고, 이에 영향을 받아 2017년도엔 의원발의로 대전시 조례가 제정되어 시민검증단의 활동을 보장하였다. 또한 국내 최초로 지자체(대전시, 유성구)와 원자력시설(한국원자력연구원)간의 원자력안전협정을 체결하였다. 

  그동안 대전의 시민사회와 유성구 주민들은 좌절과 실패를 숱하게 겪으며 왔고, 앞으로 겪을 어려움도 만만치 않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핵으로부터 안전할 권리는 결코 포기할 수 없다. 방사능의 수명이 한 세대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른다고 생분해되는 성질도 아니다. 토양과 공기, 그리고 생물체의 유전자 속에 반영구적으로 축적되며 머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탈핵이란 방향이 주어졌으나, 탈핵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 신고리5,6호기 공론화에서 보듯 첫 단추부터 잘 꿰지지 않는다. 그러나 깨어있는 시민만이 국내외의 온갖 방해와 핍박을 이겨내고 핵으로부터 안전할 권리를 지켜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새 비트맵 이미지.jpg

한국원자력연구원 앞에서 대전시민들이 노란우산을 펼쳐들고 ‘NO’ 글자를 만드는 퍼포먼스를 하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