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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8-16 11:17
난민, '공포'를 증명해야 하는 사람들
 글쓴이 : 인권연대
조회 : 420  

난민, ‘공포를 증명해야 하는 사람들

 

글_좌세준(변호사)

 

예멘’(Republic of Yemen). 아라비아 반도의 남쪽, 모세가 둘로 갈랐다는 홍해와 아덴만을 끼고 사우디아라비아와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나라, 예멘 사람 500여 명이 지구의 4분의 1을 돌아 제주에 도착했다.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에서나 문제가 되는 일이라 생각했던 난민 문제가 우리들에게도 갑작스러운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제주 난민 반대 청원70만 명의 동의를 받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가 난민 신청에 대해 찬성반대’. ‘동의부동의의 의견을 밝힐 수 있을 정도로 난민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법률을 업으로 하는 변호사들에게도 난민은 아주 생소한 영역이다. 난민을 대리하여 난민신청을 하거나 소송을 하는 경우도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난민법을 제대로 들여다볼 기회가 없다. 이런 상황은 이 글을 쓰는 나에게도 마찬가지다. 예멘 난민과 관련한 기사를 읽다가 난민법과 관련 판례들을 살펴보았다. ‘난민법20122월에 제정되어 2013. 7. 1.부터 시행되고 있다. 난민법이 시행되기 전에도 출입국관리법에서 난민에 대한 규정들을 두고 있었지만, 단일 법률로 난민인정 신청 절차와 난민인정자의 처우를 규율하기 시작한 것은 5년 밖에 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난민법난민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받기를 원하지 아니하는 외국인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대한민국에 입국하기 전에 거주한 국가로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기를 원하지 아니하는 무국적자인 외국인을 말한다.

 

다섯줄이나 되는 정의 규정이지만, 내 눈에 들어오는 가장 눈에 띄는 단어는 공포. ‘공포라는 말이 두 번 등장한다. 공포라는 용어가 난민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살펴보려면 난민인정자라는 용어를 살펴보아야 한다. 난민법에는 난민이라는 용어와는 별개로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난민인정자로 줄여 부르는 이 용어의 정의는 이 법에 따라 난민으로 인정을 받은 외국인을 말한다. 요약하면 대한민국 법무부가 난민으로 인정한 사람만 난민법이 규정하는 처우, 예컨대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 그 자녀들에 대한 교육 보장 등이 허용된다는 말이다.

 

제주에 도착한 예멘 난민들은 바로 이와 같은 난민법 규정에 따라 대한민국으로부터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한 난민인정 심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들이 대한민국 법무부로부터 난민으로 인정받으려면, 자신들이 받고 있는 박해와 그로 인한 공포를 증명해야 한다. 한 마디로 말해서 난민들은 공포를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존재들이다. 아직도 감이 오지 않는 분들을 위해 난민 인정과 관련한 대법원 판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난민 인정의 요건이 되는 박해생명, 신체 또는 자유에 대한 위협을 비롯하여 인간의 본질적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나 차별을 야기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난민인정 신청을 하는 외국인은 그러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있음을 증명하여야 한다.”

 

제주에 도착한 예멘 난민들이 자신들이 예멘에서 겪었던 박해와 그로 인한 공포를 충분한 근거를 들어 증명할 수 있을까? 이것이 바로 현재 진행 중인 예멘 난민 심사에서 난민 인정불인정을 가르는 기준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이 느끼는 공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공포의 사전적 정의는 두렵고 무서움이다. 이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가? ‘공포는 직접 그 상황을 느껴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이다. 자기에게 겨누어진 총칼, 바로 내 옆에 떨어진 포탄, 저항할 수 없는 폭력 하에 이루어지는 나와 나의 가족의 생명, 신체, 자유에 대한 억압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이 공포의 감정을 함께 느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예멘 난민들이 제주에 도착한 후 예멘 난민들의 이야기에 가장 잘 공감한 사람들이 제주의 노인들이었다는 기사가 있다. 올해로 꼭 70년을 맞는 ‘4·3’에 대한 기억, 제주의 그 많은 밭들과 바닷가, 초가집 마당에서, 아니면 어느 학교 교정에서 이루어진 참혹한 학살들을 직접 목격하고 몸으로 경험한 노인들은 예멘 사람들이 말하는 공포와 그로 인해 자기 나라를 등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쉽게 공감했다.

 

공감(sympathy)이란 타인이나 인간적 속성을 가진 존재에 대하여 그들이 가진 정신이나 감정을 '함께' 느끼면서 경험하는 행위를 말한다. 분노하라를 쓴 스테판 에셀은 공감을 타인에게 벌어진 일을 내 일인 것처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우리에게도 전쟁이 있었다. 그 전쟁을 직접 경험했던 세대가 사라졌다 해도, 70년 만에 종전선언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라 해도, 전쟁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고 박해를 받는 사람들에게 공감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4·3’ 70주년을 맞는 2018평화의 섬제주에 도착한 예멘 난민들의 이야기에 조금만 더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 그것은 바로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공감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한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