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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6-20 09:53
된장찌개가 먹고 싶은데 스테이크를 해 주는 엄마
 글쓴이 : 인권연대
조회 : 502  

된장찌개가 먹고 싶은데 스테이크를 해 주는 엄마

 

글_ 안선영(교육부 학교혁신정책관)

 어느 광역시로 혁신학교 운영 사례를 이야기 하러 갔을 때의 일이다. 사실 그 지역에서 혁신학교 사례를 들려달라고 요청 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는데, 교육청이나 학교에서 요청 한 것이 아니라 민간단체에서 개설한 연수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례 안내를 마치고 돌아서는데 연수를 계획했던 단체의 사무국장이 “아무리 교육자치 시대라 하지만 교육감이 누구냐에 따라 이렇게 학생들이 차별을 받는 것이 말이 되느냐? 우리지역 학생들이 너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산다는 생각이 들어 억울하다.”는 말을 했다. 혁신학교에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자랑 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으로 돌아섰던 기억이 있다.

6.13 지방선거에서 전국 17개 교육청 중 14개 지역에서 혁신학교와 혁신교육지구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운 교육감이 당선이 되었다. 물론 혁신학교가 무조건 좋다는 것은 아니다. 경쟁을 통해 우수한 인재를 가려내자는 주장과 오로지 성적만을 중심에 두고 소수를 위해 다수가 희생되는 현재의 학교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 중 어느 것이 맞다고 말할 수는 없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자녀가 경쟁하지 않고 즐겁게 학교생활 하다가 SKY에 가길 바라는 학부들의 욕구로 혁신학교와 전통적인 학교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선택할 수조차 없는 경우이다.  

  교육수장의 가치관에 따라 교육정책이 결정되고 그 정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학생들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정책 결정권자를 선택한 적이 없다. 이번 당선자들의 공약을 보니 어느 지역의 학생들은 수준별로 등급을 나눠 교실을 이동해 수업을 받고, 방과 후에는 심화‧보충수업에 밤늦게까지 자율학습을 해야 한다. 또 다른 지역의 학생들은 아침식사를 하고 9시에 등교하여 다양한 프로젝트 수업과 마을과 학교를 넘나들며 배우다가 귀가해 가족과 저녁을 먹을 것이다. 학생들은 아직 어리니 어른들의 지시와 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속옷은 흰색만 입어야 하는 등의 온갖 규제 속에서 참을성을 배우는가 하면 학교의 주인 대접을 받으며 학생과 관련된 규칙을 스스로 제‧개정 하고 교사와 대등한 인격체로 살아가는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참으라는 어른들이 있고, 현재를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미래를 살아갈 힘을 더 잘 축적한다고 주장하는 어른이 있다. 모두 학생들의 삶이 행복하길 바라는 진심일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의 의견은 없다. 된장찌개가 먹고 싶은데 엄마는 더 잘 해주고 싶은 마음에 스테이크를 해 주는데 마음은 알겠지만 먹기가 싫다.   

  그러나 아쉽게도 학생들은 자기 삶에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선택 할 권한이 없다. 선거연령을 낮춰달라는 요구는 어느 정당의 거센 반발로 국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혁신교육이든, 소수 엘리트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든 내가 선택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여전히 어른들의 결정에 내가 다른 지역의 학생들과 어떻게 다른 대접을 받는지조차 모른 채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 나와는 다르게 살아온 학생들을 만나게 되면 억울해 하지 않을까? 어느 혁신학교 졸업생이 강연에서 “대학에서 만난 친구들의 중․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저는 다른 애들도 다 저처럼 학교에 다녔는지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라는 말을 했다. ‘민선’ 3기를 맞은 교육감들이 ‘선택조차 할 수 없는 민’들의 의견을 잘 살펴 4년 계획을 세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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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기는 고등학교에서 석식 급식을 전면 금지했다. 학교에서 저녁을 주지 않아 학생들이 편의점 음식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