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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2-21 17:21
“'살인죄' 누명 벗고 싶어요" 대전 허정길씨의 1987년 6월
 글쓴이 : 인권연대
조회 : 324  
“'살인죄' 누명 벗고 싶어요"
대전 허정길씨의 1987년 6월

글_심규상(오마이뉴스  기자)


1987년 1월, 경찰 조사를 받던 스물두 살 대학생이 사망했다. 경찰이 사인을 발표했다.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습니다"

진실을 은폐하려는 경찰과 권력 집단에 맞선 시민들의 외침은 거대한 함성이 됐다. 6월 항쟁으로 폭발했다.

6월 항쟁 당시 대전 중부시장에서 노모와 함께 야채상을 하던 허정길 씨도 길거리에서 함께 주먹을 흔들며 목소리를 보탰던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항쟁 과정에서 시내버스를 탈취해 고의로 전경을 치어 숨지게 한 살인죄로 11년 동안 옥살이를 해야 했다.

검찰과 법원의 판단을 요약하면 이렇다.

"소영웅심리에 빠져 과시를 통해 심리적 쾌감을 누리려 의도적으로 전경을 치어 죽게 했습니다"

잠깐 검찰의 공소요지를 좀 더 들여다보자.

“시내버스를 강제로 세워 버스 기사를 끌어내린 후 탈취하고 시위진압을 위해 차도를 막고 있던 전투경찰 125명을 향해 질주, 전투경찰이 인도 쪽으로 피신하자 버스에 칠 경우 사망할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일부러 핸들을 틀어 돌진해 살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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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죄로 15년을 선고받고, 1997년 11년 만에 가석방됐다. 그나마 대전지역 시민사회가 나서 출소운동을 벌여 가석방할 수 있었다. 출소 이후 그는 '전경을 죽이지 않았다'고 하소연했지만, 메아리에 그쳤다. 그런 그가 최근 당시 수사기관의 고문과 구타 때문에 사건이 조작됐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30여 년 전 검찰과 법원의 공소내용을 반박하고 나선 항변의 요지는 이렇다.

"시위로 버스운행이 어렵게 되자 버스 기사가 운전할 줄 안다고 한 나에게 운전대를 넘겼고, 천천히 대한통운 앞에서 원동 우체국 방향으로 버스를 몰았다. 진행 도중 앞유리창으로 최루탄이 들어왔지만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원동 우체국 앞에 버스를 세웠다. 전경을 살해할 의도도 없었고, 전경이 다치거나 죽었다는 사실도 이튿날 뉴스를 보고 알게 됐다. 내가 한 일이 아니어서 다른 사람이 운전하던 도중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사실을 조사과정에서 진술했지만, 자백을 하라며 구타와 고문을 계속했다. 갈비뼈가 부러져 쓰러졌는데도 구타가 이어졌다. 수사하면서도 경찰은 그를 무릎 꿇리고, 등에는 '전경 죽인 놈'이라는 이름표를 붙였다. 검찰에서도 항변했지만, 구타와 함께 강제로 지문을 찍게 했다"
허 씨는 자신이 버스를 운전할 때는 아무도 다친 일이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경찰이 구타와 고문으로 자신을 살인자로 조작했다는 주장이다.

물론 허씨가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버스에 치여 사람이 다치거나 죽었을 개연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설령 허 씨가 몰던 차에 전경이 치여 숨졌다 하더라도 고의가 아니라면 이는 '과실치사'에 해당한다. 적어도 허 씨가 '고의로' 전경을 향해 버스를 몰았다는 경찰과 검찰의 주장은 액면 re로 믿기 어렵다.

확인된 사실은 허 씨는 사망 사건이 일어난 시간 이후에도 시위를 벌이다 귀가했다. 다음 날 오전에는 평소와 같이 중부시장에서 야채를 팔고 있었다. 경찰이 사건 다음 날 오전 10시 무렵 중부시장에서 허 씨를 연행했고 허씨가 영문을 몰라 했다는 목격자도 증언도 나왔다.

하지만 경찰이 발표한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허씨가 범행 직후 급히 집으로 피신했고, 사건 발생 5시간 만인 새벽 3시경 경찰이 허 씨를 체포한 것으로 돼 있다. 경찰이 허 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하기 위해 연행과정에 대한 사실관계마저 왜곡했다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허씨가 복역하던 11년 동안 14곳의 교도소를 전전한 것도 의혹의 대상이다. 1년에 1.2회꼴로,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허 씨는 "교도소에서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집필 허가'를 요구할 때마다 다른 교도소로 이송시키는 방법으로 번번이 집필 허가를 막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1987년 6월 이후 30여 년이 지났다. 20대 말이었던 허 씨는 60대에 접어들었다. 숨진 전경은 허씨가 몰던 사내 버스에 치인 게 사실일까? 사실이라 하더라도 허씨가 미필적 고의로 살의를 갖고 진압경찰을 향해 차를 몬 것일까?

대전시민이 함께 묻고 해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