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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2-27 16:54
사회권과 법외노조 전교조
 글쓴이 : 인권연대
조회 : 645  

사회권과 법외노조 전교조

 

                                                             양해림(충남대 철학과 교수)

 

  인권의 개념은 역사적 산물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새로운 담론은 수시로 나타난다. 인권의 역사에서 자유권이 먼저 주장되었고, 대체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회권이 각 국가 헌법에 반영되었다. 프랑스 법학자 바삭(K. Vasak)은 인권의 유형을 제1세대, 제2세대, 제3세대의 인권으로 구분한 바 있다. 제1세대 인권 이념은 자유, 제2세대 인권이념은 평등(사회권), 제3세대 인권의 중심은 연대성이다. 특히 제2세대 인권은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사회권)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개입을 필요로 한다. 현재 불가능한 것도 미래의 실현을 위해 사회적, 정치적 기본제도의 보완과 신설을 위한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제2세대 인권은 기본적 인권이라 말한다. 1948년《세계인권선언》과 1966년 제21차 UN 총회이후《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시민적·정치적 권리에 대한 규약의 선택 의정서》에 관한 여러 조항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국제적으로 명문화하여 규정해 놓은 지 이미 오래 되었다. 특히《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는 사회정의 (正義)와 실질적 평등의 이념으로부터 도출되는 인권으로서 모든 사람이나 국가나 사회, 그리고 공동체에 대하여 자신이 인간으로서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구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과 가족의 건강과 행복한 삶을 위해 음식, 의류, 주택과 의료보호, 필요한 사회보장 서비스를 포함한 충분한 생활수준을 향유할 권리가 있다. 부녀자와 어린이는 특별한 보호와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모든 사람들은 무상으로 초등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여기서《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는 사회권 규약을 제정하고 있으며, 사회권의 흔적은 가톨릭 등에서 이야기하는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요청에서 찾고 있다. 


  세속적 권리로서의 사회권은 17-18세기의 시민혁명들이 무산계급과 여자들을 열등 시민으로 여기면서 혁명의 성과로부터 배제했다는 비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즉, 사회권은 18세기의 시민혁명, 보통선거권, 사회보장과 복지, 노동과 직업의 권리, 건강과 쾌적한 생활의 권리, 교육권 등을 보장함으로써 경제적, 사회적 평등을 구현하고 이를 통해 인간의 존엄과 인격의 가치를 구현하는 노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루소의 인간불평등비판, 칸트의 인간의 존엄성, 마르크스 등의 사회주의 이념 등은 인간의 권리와 자유를 바라보는 시각을 실질적, 실존적 수준에 맞출 수 있도록 하였다. 사회권은 종래 시민법상의 인간관을 전제로 하여 이를 보충하는 형태로 전개되었다. 사회권은 노동력 상품이라는 특수성을 반영하여 독일의 바이마르헌법에서 처음으로 헌법으로 규정되었다. 바이마르헌법은 노동과 자본의 공동원리에 따라 노동자층의 대표로서 노동조합이 승인되고, 단결권은 무조건 승인되었다. 바이마르헌법 159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노동 및 경제조건을 유지하고 촉진하기 위한 결사의 지유는 모든 사람과 작업에 보장된다. 이러한 자유를 제한하거나 저해하는 협정과 조치는 모두 위협이다.” 


  사회권의 종류와 내용 중에서 노동권은 근로의 권리를 가장 먼저 규정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자유로이 선택하거나 수락하는 노동을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노동은 그 자체로 자신은 물론, 가족 등의 음식, 의복 , 주거 등 물적 자원을 확보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노동은 신체활동을 통해 자신의 인격을 발현, 형성하는 인간행위의 대표적인 형태라는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글로벌한 사회에서 노동조합의 결성 및 가입에 관한 권리인 사회권 규약인 국제노동기구 (ILO) 제8조는 ILO조약 제83호(결사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조약), 제2조와 함께 권력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기본 권리로서 단결권을 인정하고 있다. 자본제적 임노동의 상황에서 사용자에 비하여 열등한 지위에 처하기 십상인 노동자에 대해 제8조는 단결권과 파업권을 인정함으로써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권익을 확보, 실천하는 디딤돌을 마련하고 있다. 즉 노동 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즉 제8조는 노동자들에게 노조를 결성할 권리, 노조에 가입하거나 가입하지 않을 권리, 노동활동의 권리를 인정한다. 이들 노조가 전국연합회나 연맹 등 상급의 노조를 구성하거나 그에 가입할 권리를 인정하고, 노조의 기능을 방해받지 아니할 권리와 파업의 권리를 선언하는 등 단체협상을 포함한 노동3권을 보다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제반의 권리규정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유보조항으로“법률에 의한 경우, 국가안보 또는 공공질서를 위해 필요한 경우, 또는 다른 사람들의 권리와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국가가 노조에 관한 권리의 행사와 노조의 기능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렇듯《세계인권선언》,《국제노동기구》,《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등의 여러 조항에서 노동자 권리를 명문화하여 규정해 놓고 있다. 


  그동안 유엔 사회권규약위원회 및 ILO등은 해고자의 자유로운 노동조합 가입을 제한하는 국내 법령의 개정 및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화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표명해 왔다. 지난 1989년 전교조는 탄생부터 정부의 박해를 받으면서 1,527명의 교사들이 교단에서 내쫓기면서도 투쟁 끝에 지난 1999년 합법화 됐다 그러나 박근혜정부는 해직교사 9명이 조합원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합법 17년만에 전교조를 다시 법외노조로 내몰았다. 지금 전교조는 현직교사 6만여명이 가입한 법외노조의 상태에 있다. 법외노조의 경우 단체교섭, 운영위회의, 대의원대회, 2인 이상의 모든 집단행동, 기자회견, 휴일집회 등은 지방공무원법 58조로 모두 처벌대상이다.


  현재 전교조는 법외노조 철회를 요구하며 연가투쟁을 진행 중이다. 지난 11월 16일 이후 전교조는 단식투쟁을 통해“문재인 정부는 대표적 교육적폐인 전교조 법외노조를 철회하고, 경쟁주의 교원정책을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하였고, 지난 2017년 12일 1일에는‘법외노조’처분 과정에서 해직된 교사 34명이 광화문에서 청와대 앞까지 오체투지를 진행했다. 전교조는 12월 13일에 다시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법외노조철회, 노동기본권신장, 성과급교원평가제 폐지를 요구하며 촛불진원지인 광화문광장에서 철야농성을 시작하면서 국민 여론도 전교조 합법화를 지지하고 있다. 2017년 12월 13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 (KSOI)가 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시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문재인 정부가 전교조를 다시 합법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56.8%, 반대 의견은 26.1%에 불과했다.


  지난 박근혜정권이 만든 교육현장의 적폐라 할 수 있는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상황은 이제 종식되어야 한다. ILO를 비롯한 국제사회도 사회권인 노조 활동의 권리 보장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지난 12월18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전교조 법외노조통보처분 취소소송과 관련하여 담당재판부가 국제인권조약과 전교조 법외노조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권고를 적극 참고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인류의 보편적 규범인 국제인권조약을 존중하거나 국내적 이행의 노력은 모든 국가기관의 책무라는 점이 이 사건 소송에서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는 적폐청산에 매진하고 있는 현 문재인정부의 중요한 과제중의 하나이다. 이제 김상곤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이 적극 나서서‘법외노조 처분 취소’를 고용노동부에 요청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