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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2-14 10:47
인권의 고전을 읽자
 글쓴이 : 인권연대
조회 : 508  
인권의 고전을 읽자

                                                                                   좌세준(변호사

 요즘은 가을은 잠깐이고 곧바로 겨울인 듯하다. 옛 말에는 가을을 ‘등화가친’(燈火可親)이라 하여 서늘한 가을밤 등불을 가까이 하여 책 읽기 좋다 하였으나, 삶의 패턴이 현대화된 21세기는 책 읽는데 계절을 가릴 필요는 없는 듯하다. 

 책 읽기에도 우선순위가 있다면 ‘고전’을 제1로 꼽아야 할 것이다. ‘고전’의 사전적 의미는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작품”을 말한다. 하지만 정작 고전은 책 읽기에서 뒤로 밀리는 경향이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고전은 ‘딱딱하다’거나 ‘어렵다’거나 제대로 이해하려면 ‘사전 지식’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선입견이 있기 때문이다. 고전 독파를 위해 책장을 열었다가 ‘숲’에서 헤맨 경험이 있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고전을 읽기 위한 사전 지식을 정리해놓은 책, 고전을 읽기 위한 안내서 역할을 해주는 책들이 많이 나와 있다. 이 글에서는 인권의 고전을 읽기 위한 친절한 안내서 역할을 해줄 책을 한 권 소개하고자 한다.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인권법을 강의하고 있는 박찬운 교수의 <자유란 무엇인가>이다. 책날개에 있는 저자의 이력을 살펴보자. 
 
 “20대에 법률가가 되어 40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변호사로서 일하면서 양심범, 사형수, 난민, 한센인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국장으로서 사형제 폐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인정 등 인권위의 대표적 인권정책 권고에서 실무책임을 맡았다. 2006년 대학으로 옮긴 이후 인권 연구와 함께 대중적 글쓰기를 시도함으로써 사회변혁을 꿈꾸고 있다.” 

 박찬운 교수의 책 <자유란 무엇인가>가 갖고 있는 미덕은 ‘대중적’ 글쓰기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독립선언과 프랑스 혁명 현장에서 활약한 혁명가이자 인권이론의 고전 <상식>(Common Sense)을 쓴 토머스 페인(Tomas Paine)은 “지성적이되 대중이 실제로 쓰는 말”로 집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스스로 이를 실천했다. <자유란 무엇인가>도 쉬운 글로 인권의 고전들을 소개하고 있다.  
 
 <자유란 무엇인가>를 펼치면 ‘국가’의 의미를 묻는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 존 로크의 <통치론>을 읽기 위한 사전지식을 만나게 된다. 이어서 저자가 어린 시절 겪었던 가난에 대한 회고로 시작되는 루소의 <인간불평등 기원론>에서는 루소의 책이 저자 자신의 일부가 된 경험을 적고 있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존 베리가 쓰고 박홍규 교수가 번역한 <사상의 자유의 역사>는 국가와 개인의 관계, MB 정권과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바닥까지 추락했던 ‘표현의 자유’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20세기 파국의 시대의 한복판에서 ‘빅 브라더’의 등장을 예견했던 조지 오웰의 <1984년>은 한 세기를 넘긴 21세기에도 여전히 섬뜩한 인상을 남긴다. 전체주의는 인간의 속마음마저 좌지우지하는, 영원히 뛰어넘을 수 없는 ‘괴물’인가? 
 
 “당신은 독재자의 명령에 저항할 수 있는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스탠리 밀그램의 <권위에 대한 복종>, “국민이기에 앞서 인간으로 사는 삶”의 의미를 묻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시민의 불족종>은 홉스와 로크에 이어 국가와 개인의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고전이다. 

 박찬운 교수는 <러셀 자서전>을 소개하면서 “나는 러셀처럼 살다가, 러셀처럼 죽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한다. 그의 연구실을 들어서면 버트런드 러셀의 사진과 러셀이 자서전에서 남긴 다음과 같은 글을 만나게 된다. 

 “단순하지만 누를 길 없는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 나를 지배해왔으니,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이 바로 그것이다.” 

2014년 한국을 방문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한국 방문 중 세월호 유족에 깊은 관심을 보인 게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는다. 교황의 답변은 이러했다.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습니다.”

 버트런드 러셀의 평생 간직하고자 했던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과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은 ‘사람’의 권리, 인권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저물어가는 2017년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으면서 인권의 고전 한 권쯤을 숙독해보자. 세월이 가도 영원히 변하지 않는 ‘인권’의 의미를 되짚어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