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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0-17 14:17
‘차별 말자’는 게 ‘지사직 퇴진’ 해야 할 이유되나?
 글쓴이 : 인권연대
조회 : 850  

‘차별 말자’는 게 ‘지사직 퇴진’ 해야 할 이유되나?

 
심규상(오마이뉴스 대전충청 기자) 

"가짜 인권 옹호하는 안희정 도지사 퇴진하라!"

지난 13일 당진문예의 전당 대강당에서 열린 인권주간 문화행사에서 한 시민이 안희정 충남지사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쥐고 외친 구호다. 행사장 안에서는 단 한 명 만이 기습시위를 벌였지만, 행사장 밖에서는 약 1000명 가까운 시민이 몰려 시위를 벌였다. 이날 인권주간 문화행사는 도민 전반의 인권 의식 향상을 위해 마련됐다.

바른인권당진시민연합(대표 장승현) 등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한 집회참석자들은 안 지사에게 충남도의 인권조례 폐지를 요구했다. 도민 인권선언 제1조에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조항에 대한 항의다. 이 조항이 동성애를 옹호·조장하는 항목이라는 것이다.

이들 단체가 이날 외치거나 펼친 구호를 살펴보자.

[구호 1] "에이즈 주범! 동성애 그만두라"

구호를 보면 '동성애 때문에 에이즈가 퍼지고 있다'고 단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에이즈(AIDS: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감염인이 세금을 축내고 있다는 비난도 섞여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는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도 "동성애 때문에 이 나라에 1만 4000명 이상 에이즈 환자가 생겨났다"고 주장했다.

당시 <오마이뉴스>는 '오마이 팩트'를 통해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 아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오마이뉴스>는 사단법인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의 자료를 예시하며 "성관계가 에이즈 감염경로라고 해서 그것이 동성 간의 성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동성 간 성관계=에이즈'라는 공식은 성립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가 감염 확률을 높이는 원인으로 에이즈는 성 정체성과 관련된 질병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에서도 확인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에이즈 감염경로와 관련 "동성 간 행위 자체를 감염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알고 있다면 이는 오해"라며 "동성 간에도 안전한 성생활을 영위한다면 감염과 상관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나왔던 인권조례 반대 단체의 또 다른 구호를 보자.

[구호 2] "동성애는 인권도 아닙니다. 치료대상입니다"

'성 소수자는 병이고 치료 대상'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1992년 '동성을 대상으로 한 성적 지향은 인간 섹슈얼리티의 정상적 형태'로 인정했다. 질병도 아니고 치료 대상도 아니라는 것이다.

타고 나는 형질로 생물학적 차이라는 얘기다. 죄악도 아니고, 학습에 의한 것도 아니고, 질병도 아니라는 것이다. 잘못된 양육이나 교육에 의한 것도 아니다. 

인권운동가들이 “병든 것도, 그릇된 것도 아닌 다른 것일 뿐”이라는 말은 이 때문이다. 
[구호 3] "동성애자에 대한 인권침해 사례는 없다"
 
이날 나왔던 또 다른 구호는 "동성애자에 대한 인권침해 사례는 없다"다. 정말 인권 침해 사례가 없을까?

앞의 구호에서처럼 '동성애자는 모두 에이즈 환자일 수 있다'는 잘못된 주장 자체가 인권 침해이고 차별이다. 편견으로 동성애를 범죄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에 제기된 진정사례를 보면 성 소수자에 대한 다양하고 기상천외한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 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성 소수자들이 문화제를 개최하기 이한 무대 사용을 불허했다. 민원 야기가 이유였다. 

보건복지부는 예전 헌혈 전 벌이는 문진 사항 중 '동성이나 불특정 이성과 성접촉이 있었느냐'는 조항으로 '동성 간 성접촉=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확산시키기까지 했다. 동성애자는 헌혈마저 못 하게 한 것이다.


[구호 4] "충남 도정이 그렇게 한가한가?"

많이 나온 또 다른 구호를 또 하나 꼽자면 "충남 도정이 그렇게 한가한가?"였다. 할 일이 없어 성 소수자 인권까지 챙기냐는 항의로 읽힌다.

이날 안 지사는 인권 토크에서 동성애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시간이 필요하다. 다만 성적 지향이 다른 우리의 이웃이 있다면 그 이웃 때문에 차별받지 않는 정도는 하자. (동성애에 반대하는 분들의) 심정도 이해한다. 하지만 이런 문제일수록 가능하면 시간을 갖고 서로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

우리 주위에 성 소수자가 존재하는 것은 현실이니 인정하고 차별받지 않는 정도만이라도 하자는 얘기다. 

사실 안 지사는 이날 "인권은 존중받고, 보호하고, 증진시켜야 나가야 한다"며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존중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편적 세계와 늘 비교하면서 보호와 증진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성 소수자 문제만큼은 '일단 인정하고 존중 단계만이라도 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런데도 반대 운동 단체들은 조례 폐지 서명 운동(현재까지 약 10만 여명)은 물론 오는 19일 충남도청 앞 대규모 집회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2년 충남도가 인권조례를 제정한 이후 도내 15개 시·군에서 인권조례를 제정했다.

지역 정부는 사회적 소수자가 불합리한 차별과 억압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보호할 의무가 있다. 편견과 혐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견해가 다르더라도 사회적 소수자가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일은 지역 정부의 고유 업무 중 하나다.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성 소수자를 인정하고 적어도 차별하지는 말자’는 도지사에게 '그렇게 한가하냐?'고 따지며 '퇴진하라'는 요구는 직무를 유기하라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