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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6-07 16:22
‘인권대통령’ 시대 인권단체의 역할
 글쓴이 : 인권연대
조회 : 565  
‘인권대통령’ 시대 인권단체의 역할

글_박노영(충남대학교 명예교수)

  문재인 후보가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었다. 선거 다음날로 바로 임기를 시작한 그는 현재 새 정부 조각 준비 등으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기 한국의 인권상황은 어떻게 전개될 것이며, 인권단체들은 어떻게 활동해야 할 것인가? 

  나는 지난 기고문들에서 민주주의 발전이 인권 신장에 매우 폭넓고 깊이 있게 긍정적인 효과를 갖는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던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을 거치는 동안 한국의 인권상황은 또 얼마나 후퇴에 후퇴를 거듭해 왔던가? 촛불시민의 뜻을 받드는 ‘제3기 민주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가 등장한 지금, 한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상황은 그동안의 퇴영에서 벗어나 발전의 계기를 맞고 있다고 하겠다. 

  대통령 문재인은 개인적으로도 인권문제에 관한 감수성이 남다르다. 지난 대선 국면에서 그는 인권변호사 출신답게 인권문제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표명했다. 비록 선거운동 막바지에 동성애자 차별의 해법을 두고 충분히 전향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인권문제에 관한 그의 전반적인 입장은 진보정당 계열 후보들을 제외하고는 역대 어떤 주요정당 후보들보다도 전향적이었다. 사실 인권에 관한 그의 관심은 2012년 대선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선거운동이 막바지로 치닫던 2012년 12월 10일, ‘세계인권의 날’을 맞아 그는 10개 항의 인권 관련 공약을 포함한 ‘인권선언’을 발표했는데, 거기에 포함된 것들은 다음과 같다. 

(1) 촛불집회, 인터넷상의 의견표명 등 표현의 자유의 확대 및 개인정보 보호 강화

(2) 선거권과 피선거권의 확대, 투표시간 연장을 통한 참정권 확대

(3)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인권교육법의 제정

(4)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 인권 보장, 장애인 등급제의 폐지와 개별 장애인의 욕구에 맞는 복지 제공, 기초노령연금 급여 확대 등을 통한 노인 인권 보호 강화, 취약아동과 청소년, 결혼이주 여성, 가정폭력 피해여성 등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강화

(5) 군 인권 보장 및 군 사법개혁 단행, 계급별 생활관 설치, 군 옴부즈만 제도 도입, 군 사법제도 개혁을 통한 법치주의 확립

(6) 아동 및 여성 범죄피해자 인권 보호의 획기적 강화, 범죄피해자 보호기금 두 배 이상 확대 및 신속한 지원을 통한 피해 보호

(7) 형사공공변호인제도의 도입, 검찰 및 경찰의 위법수사 및 수사권 남용 통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의 원천적 차단

(8) 동아시아 인권평화공동체 추진

(9) 주요 국제인권조약 가입 및 조약 이행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완비, 양심과 신념에 기초한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도입

(10) 조직과 인사, 예산 등 모든 측면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 보장, 지방인권사무소의 전국적 확대를 통한 인권위원회의 기능 강화  

  노동권, 환경권 등에 대한 배려가 빠져 있기는 하지만, 이 ‘인권선언’에는 당시 의제가 되고 있던 많은 인권 이슈들이 담겨 있었다. 그의 인권 관련 의식은 그 후로도 진화해 온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 당시의 시행착오를 참고한 듯, 2017년 대선에서의 그의 공약에는 안전권, 노동권, 복지권, 환경권 같은 것들과 관련되는 사항들이 추가되거나 보강되었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기의 후퇴를 반영한 듯, 시민의 기본권에 관한 보호의 필요성도 더욱 강조되었다.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았지만, 대통령직 취임 후 그가 보여 온 인권 관련 행보도 괄목할 만하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정상화 추진, 인권위 권고사항의 반영률 제고 권고, 인권경찰 강조, 국정원 국내정치개입 금지 약속, 5.18 정신의 헌법전문 반영 약속,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국정 국사교과서 폐기, 원전안전검사 강화 및 노후 원전 가동 중지, 장기적인 탈핵 비전 제시, 노후 화력발전소 가동 중지, 4대강 보 상시 개방, 싸드 부지 환경 영향 평가 추진, 치매 국가책임제 및 소년 환자 의료비 국가책임제 도입 약속, 일자리 확대, ‘여공’으로 불리던 개발시대 여성노동자, 파독간호사, 파독광부 등의 경제건설에 대한 기여의 적극적 인정, 공익을 위해 목숨 잃은 이들의 국가유공자 인정, 군복무기간 단축 같은 것들이 모두 그런 것들이다. 그뿐 아니다. 그는 남북 긴장의 해소와 남북 화해협력의 확대를 약속하고 있는데, 이는 전쟁 발발 시 생겨날 수 있는 막대한 잠재적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예방할 것이라는 점에서 인권 관련 함의가 매우 크다.
 
  요컨대, ‘촛불혁명’의 결과 인권 감수성이 강한 문재인 후보가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불리기도 하는 헌정체제에서 대통령직을 차지하게 되었으니, 그것의 인권 관련 함의는 매우 크고, 그 효과는 이미 여러 영역들에서 실제로도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면 인권단체들은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가? 구태 청산에서의 협력, 세부적인 의제개발과 정책 제안, 그리고 건전한 긴장관계의 유지가 그 요체가 아닐까 한다. 

  문재인은 기본적으로 자유주의자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떠받쳤던 세력은 퇴행적인 극우적 수구세력이다. 그들은 노동권, 복지권, 환경권 등에 대해 적대적일 뿐만 아니라, 시민의 기본적인 자유권, 참정권 보장에도 소극적임을 넘어 많은 경우 적대적이다. 그뿐 아니다. 그들은 외세 의존적이며, 남북화해에 적대적이다. 그들은 문재인 정부의 자유주의적 행보와 도처에서 충돌을 일으킬 것이다. 그들은 자유주의적 한계 내의 제한적인 노동권, 복지권, 환경권 강화 정책에 대해서조차 저항할 가능성이 크고, 대북 화해 움직임에 대해서도 완강하게 저항할 것이다. 이때 인권단체들은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 줄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그러나 포괄적으로 말해서 사회권이라고 할 만한 것들을 확대하거나 다양한 영역의 소수자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데에서는 인식이 부족하거나 준비가 덜 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분야들에서 인권단체들은 부단히 구체적인 수준에서 의제를 개발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활동을 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인권단체들의 그런 요구들을 반영하는 데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경우, 투쟁도 불가피해질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를 맞아 인권단체들이 정부와 그렇게 건전한 협력 및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한국의 인권상황을 대폭 개선시켜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