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편집위원회] “특종으로 이슈 주도…

검찰수사 지속 감시를”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 평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7층 회의실에서 열린편집위원회 위원들이 <한겨레> 최순실 보도 지면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지난 7일 오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7층 회의실에서 열린편집위원회 위원들이 <한겨레> 최순실 보도 지면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최순실. 소문으로만 존재했던 ‘비선 실세’의 이름이 지난 9월20일치 <한겨레> 1면에 보도됐다. 미르재단과 케이(K)스포츠재단에 드리운 최순실씨의 그림자를 밝히며 ‘최순실 게이트’로 시작됐던 사건의 성격은, 국정 전반으로 퍼지며 ‘최악의 국정농단 사태’로 다시 규정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과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외부위원들은 최순실씨의 이름을 드러내고 사안을 침착하게 주도해온 한겨레 보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한편, 추가적으로 드러나야 할 의혹을 밝히길 당부했다. 또다른 권력인 검찰 수사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를 주문했다. 논의는 이번 사태가 몰고 온 충격 속에서 보인 언론 전반의 역할과 책임으로까지 깊어졌다. 초유의 국정공백 상황에서 언론이 어디까지 주장을 펼치며 앞으로의 로드맵을 그려나갈 수 있는지, 분출된 문제들을 어떻게 사회 시스템 변화로 이을지를 두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지난 7일 한겨레신문사 7층 편집국 회의실에서 열린 제6기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6차 회의 내용을 지상 중계한다.

정현백 위원장 국가 전체가 위기 상황이다. 그런 만큼 최순실씨 국정농단과 관련한 한겨레 보도를 평가하고 토론하기로 했다. 한겨레가 지금도 큰일을 하고 있긴 하지만 좀더 나은 보도를 위해서 격렬하게 토론해보자.

이승열 위원 최씨 가족의 헌정질서 파괴, 국정농단, 인사전횡, 각종 이권 개입, 기업에 대한 공갈·협박까지 나온 언론 보도를 보면 참담하다. 더욱 답답한 것은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직접 개입한 흔적까지 드러났다. 사태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알 수 없다.

검은 실세를 백일하에 드러낸 한겨레의 취재는 단연 돋보였다. 최순실씨의 이름을 드러내면서 진실 규명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한달 반 동안 40여건의 단독 기사가 나왔고, 서너 개의 특종 보도를 하루 동안 쏟아낸 날도 있었다. 국민들은 시국선언과 촛불시위에 나서고 있고, 지금은 대통령 하야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한겨레 보도를 보면서 언론의 목적이 무엇인지 생생하게 깨닫게 됐다.

본격적인 실체 규명은 지금부터다. 검찰 취재 기사가 주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언론이 검찰 수사를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또한 돈의 흐름을 추적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직 비선실세와 관련된 돈의 흐름이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한겨레가 이 부분에 대한 실체를 규명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상재 위원 한겨레가 주도적인 흐름을 만들어왔다는 점에서 칭찬할 만하다. 특히 이성한 미르재단 전 사무총장 인터뷰를 바탕으로 ‘최순실, 정호성이 매일 가져온 대통령 자료로 비선모임’ 기사를 쓰며 ‘이성한 ‘비보도’ 전제 인터뷰…독자 알권리 위해 기사화’(10월26일치 1?4면)를 함께 냈던 것이 좋았다. 취재원 보호 등 차원에서 공개하지 않았던 내용을, 다른 언론과 정치권에서 먼저 이야기하게 된 상황 등, 뒤늦게 알리게 된 경위를 밝힘으로써 취재윤리 부분을 되새기게 했다.

다만 지역에 사는 입장에서 아쉬운 것은 여전한 이슈의 서울 집중화다. 지역에서 촛불집회를 해도, ‘한편 대구는~’ 식으로 기사가 나온다.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고 보지만 아쉽다. 예를 들어 지난 10일 대전 촛불집회가 시작됐는데 예상보다 많은 인원에 주최 쪽도 나도 굉장히 놀랐다. 이런 부분을 한겨레는 전혀 다루지 않았다. 전국적 상황을 비춰준다는 차원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

최순실씨 이름 처음 드러내며
진실 규명의 도화선에 불붙여
자극적 보도 배제 노력도 공감
언론 목적 생생히 깨닫는 계기

백미숙 위원 파고들고, 몇 번 보도로 그치지 않고 사안이 궤도로 올라올 때까지 계속 보도하는 것이 한겨레의 강점이라는 것을 이번 사안에서 다시 한번 느꼈다. 종교, 학력, 관련자 직업, 사생활을 폭로하듯 다루는 다른 언론과 달리 한겨레는 본질과 상관없는 자극적인 보도를 배제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그러나 기본적인 태도와 달리, 한겨레도 다른 언론처럼 최순실 신발장 사진을 실었던 부분(10월27일치 4면)은 아쉬웠다. 신발이 아니더라도 최씨가 국정을 휘두른 부분은 충분히 비판의 여지가 있다. 굳이 명품 구두 사진이 보도 가치가 있는 것일까 의아했다.

홍성일 위원 이번 사태에 대해 언론들에서 선정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그것이 공분을 일으킨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장기적인 지속성 측면에서는 달갑지 않다. 한겨레가 품격·선을 지키려는 노력이 있었다는 것에는 공감한다. 이번 사안에 대한 보도는 국가 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로 나아가야 한다.

검찰이 이슈의 주도권을 가지게 되는 국면이다. 이번 사안은 특수해서 각 언론사로 제보되는 정보의 양도 상당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검찰이 가진 것과는 다른 팩트로 여론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이승희 위원 초유의 사태 속에 누구도 감을 잡기 어려운 상황에서 원로·전문가들의 해법을 제시한 ‘성역 없는 엄정한 수사가 모든 해법의 출발점 돼야’(10월31일치 8면) 기획이 좋았다. 개별적인 주장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서 사회의 지혜를 모아낸다는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법적 쟁점에 대한 해설 기사도 많이 나오길 바란다. 재벌을 기소할 수 있느냐, 포괄적 뇌물죄가 성립하느냐, 대통령을 기소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까지 유효하게 처벌이 가능하냐 등 독자 입장에서 궁금한 부분이 많다. 아울러 좀 장기적인 주제이지만 검찰개혁 문제도 다뤄져야 할 것 같다. 평소 제도적 장치가 있었다면 최순실 문제가 이렇게 커지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위원장 제2의 민주화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언론에 대한 비판도 많았지만, 이번 운동은 언론이 만들어낸 쾌거다. 한겨레가 이런 특종을 터트린 것이 굉장히 자랑스러웠다.

무엇보다 한겨레가 담론을 주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순실 관련 특종이 이어지다 ‘최순실 수사, ‘국정 농단’ 대통령 개입 규명하는 게 핵심’(11월1일치 3면) 기사를 통해 대통령을 앞세웠다. 이후 하야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기사 특종뿐만 아니라 한겨레 내부에서 어떤 운동과 흐름을 제시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좀 겸손하다는 느낌이다. 메시지를 1면에 앞세울 수도 있었을 텐데 3면에 배치했다.

이상재 우리 현대사에서 정권을 무너트린 경험은 있지만, 사정기관과 경제 권력은 늘 힘을 키워왔다. 장기적 관점, 사회 변혁 관점에서 이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고민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을 말한다’(11월5일치 12·13면)는 흥미롭게 읽었지만, 너무 검찰 체제 내부적 시선에서 다룬 것 같아 아쉬웠다. 물론 전체적으로 비판적인 내용이었지만, 검찰개혁을 하려면 영점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느끼게 했다.

고경태 신문부문장 최순실 특별취재팀은 9월초 김의겸 선임기자가 제안해 결성됐고, 추석 직후 보도를 시작했다. 장기적으로 이어갈 이슈라고 생각했고, 내년 봄 또는 대선 직전은 되어야 분출되어 나올 거라 예상했는데 40일 만에 하야론까지 이어지게 됐다.

4명 안팎의 특별취재팀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편집국 전체가 특별취재팀으로 짜인 셈이다. 정치·경제·사회·문화 각 부서가 그때그때 특별취재팀과 결합하며 부서별로 기사를 생산하고 있다. 메시지를 1면에 잘 앞세우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도 말씀하셨다. 한겨레라서 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기도 하다. 시민사회의 역할, 수사의 방향, 정권 공백 이후 상황에 대한 로드맵 제시를 위해 각계 전문가의 릴레이 특별기고를 오늘(7일)부터 시작했다. 방향 설정에 대해 논의하고 지혜를 모아보려고 한다.

위원장 반드시 1면에 한겨레만의 메시지를 제시하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다만 말씀하신 것처럼 로드맵 제시는 지속적으로 해달라.

김의겸 선임기자 많은 격려와 칭찬에 감사드린다. 그중에서도 저희가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첫 보도 이후 보름 가까이 외롭게 보도를 해왔는데, 그때 불씨를 꺼트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부분이다. 지금 생각하면 1단 기사도 안 되는 작은 사실이라도 보도를 이어가기 위해 확인해보려고 노력했다. 전세계약서 하나를 구하기 위해 경기도 일산으로 서울 강남으로 며칠씩 뛰어다니기도 했다. 그 노력들을 자부하고 싶다.

비선권력에 기생한 사람 많아
국가시스템 붕괴 드러내
이번 사태로 모아진 분노들이
사회변화 논의로 이어지길

아쉬웠던 대목이라면, 저희는 나름대로 이 사건의 본질에서 벗어나서 흥미 위주로 가지 말자고 생각했는데, 그 때문에 우리의 취재 영역을 스스로 좁힌 측면이 있었다. 꼭 기사화는 되지 않더라도 그런 취재가 다른 영역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취재원의 폭을 넓힐 수도 있는 방법일 수는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 큰 과제와 숙제가 남아 있다. 지적해주셨듯 검찰 수사가 중요하다. 한겨레를 비롯한 언론들은 검찰이 샛길로 가거나 은폐·축소하려 할 때 그동안의 취재를 바탕으로 더 깊이 들어가서 검찰을 제어하고 견제해야 한다. 더 크게 정국의 향방에 대해서는 앞으로 좀더 적극성을 띠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한겨레도 시민으로부터 분리돼 천상에 뚝 떨어져 있는 언론이 아니고 사회 변화를 이끄는 여러 주체 중 한 세력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상황이라면 좀더 자기 의견을 말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이승희 이후 전망과 관련해 시민사회 역할과 언론사 역할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시민사회는 끝까지 하야나 탄핵 등이 포함된 주장을 해야 하지만, 언론사가 이런 주장을 끌고 가는 역할은 아닌 것 같다. 꼭 그런 부담을 드리고 싶진 않다. ‘한겨레는 왜 하야를 주장하지 않느냐’는 일각의 비판적 시선에 대해서는 좀더 의연하셔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승열 지금은 한창 과정 중에 있어 여유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회오리가 끝난 뒤 차분하게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짚어주었으면 한다. 국가 시스템에 대한 변화 등등의 부분을 짚어달라. 이번 사태로 모아진 힘들이 정치체제뿐만 아니고 사회 변혁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홍성일 이번 사태를 보면 참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비선 권력에 기생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시스템 점검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학계를 짚어주길 바란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이 다 교수·학자 출신이다. 학계에서 학회장 등 큰 자리를 차지했던 분들이다. 구조적인 병폐 가운데 하나로 이런 부분을 제어하지 못한 지식인 사회에 대해 꼼꼼히 제언해주길 바란다.

판타지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사태의 가장 극적인 순간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기자들이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질문을 하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이 정도 됐으면 청와대 출입기자단도 질문을 던져야 할 것 같다. 아무리 조직의 규약이 있다고 하지만, 이 정도 상황이라면 조율되지 않은 질문을 통해 의혹과 의문을 해소해주는 장면이 필요하다. 한겨레가 그것을 해주길 바란다.

위원장 중학생까지 혁명지도부를 꾸려서 나왔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우리 주변에도 정유라가 있어서 나왔다”는 것이다. 충격적이었다. 이들의 분노를 기성세대로서 프로세스를 통해 해소해주겠다고 이야기해야 하지만, 강의에 들어가도 사실 할 말이 없다. 지금 어른들이 진실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까 답답한 마음이다. 중기적인 것부터 장기적인 것까지 사회에 대한 다양한 전망과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 한겨레에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드리면서 열린편집위원회를 이것으로 마치겠다.

정리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녹취 시민편집인실 허정윤


제6기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위원(참석자)

정현백
정현백

<위원장>
정현백 성균관대 교수(사학)




<사외 위원>

이승열, 백미숙, 이승희
이승열, 백미숙, 이승희

이승열 전 방송기자(에스비에스 앵커, 도쿄 특파원)
백미숙 동화작가
이승희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이상재, 홍성일
이상재, 홍성일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홍성일 서강대 선임연구원(언론문화연구소)

<사내 위원>

고경태, 김의겸
고경태, 김의겸

고경태 신문부문장
김의겸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