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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인권이야기

지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인권현안에 대한 이상재 사무국장의 칼럼을 소개합니다.

어쨌든 군대만 가면 다 괜찮은 것입니까?

작성자대전충남인권연대 작성일19-05-21 11:12  |  230 읽음

이상재 사무국장 



지난 11월 1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형사 처벌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며, 종교적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 모 씨에게 무죄 판결했습니다.


 내년 말까지 대체복무제 법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온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매년 수백 명의 젊은이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교도소로 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인 판결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판결이 나오기 훨씬 이전부터 양심적 병역거부나 대체복무제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접했던 반응은 부정적인 것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인권교육을 할 때 간혹 양심적 병역거부를 언급하면 군대를 제대한 남성 중에는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분들이 있었고, 어떤 교육 때는 아들이 군대를 다녀온 중년 여성의 항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인생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청년 시절에 2년, 혹은 3년 가까이 거의 반강제로 군대 생활을 하고 왔기에 아무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양심과 종교의 자유라고 해도 병역의 의무를 거부하는 결정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사실관계의 오해, 분단 상황의 특수성과 헌법적 의무로서 병역을 우선시하는 태도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특히 한국 남성이 병역의 의무에 대해서 가지는 ‘억울함과 불평등’의 감정도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남자들만 모인 술자리나 모임에서는 어렵지 않게 각자의 군대 시절 경험을 들을 수 있습니다. 군용 모포 한 장만 덮고 밤새 군용트럭 화물칸에 누워서 충북 충주에서 동해안의 어느 도시에 있는 부대까지 갔던 얘기, 수해 현장 대민지원을 하러 갔는데 굴삭기로 몇 시간이면 할 일을 부대원 전체가 땡볕에서 온종일 고생했던 경험, 다쳐서 군 병원에 누워 있는 아들을 재빨리 대학병원으로 옮겨서 ‘제대로’ 치료받게 했던 어느 아버지의 무용담까지 대한민국 군대에서 사병들의 경험은 일반적인 사회생활에서라면 쉽게 일어날 수 없는 불합리와 편법, 비인권적인 것들이 대부분 이었습니다.


 게다가 월급이라고 부르기엔 민망할 정도라서 ‘애국페이’ 라고 폄하 받는 병사 월급까지 생각하면 군대를 다녀온 남성들이 병역의무를 하지 않는 남성들에게 가지는 ‘억울함과 불평등’의 감정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그 억울함과 불평등의 해결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모두 1년 6개월간 교도소에 보내는 방법이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불편하고 억울한 시간을 보냈다고 해서 다른 이의 특수성과 환경을 무시한 채 나보다 더 심한 고통을 겪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소수자의 특수성을 무시하는 폭력적인 차별행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대체복무제의 한 방안으로 검토되고 있는 현역 복무자의 2배 이상 기간을 교도소, 소방서 등에서 복무하게 하자는 것 또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 복무를 일종의 징벌로 간주하는 것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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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연합뉴스


여기서 정말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대한민국 군대의 여러 가지 불합리하고 반인권적인 측면은 그대로 놔둔 채 어떻게든 군대만 가면 다 괜찮은 것일까요?


 병역 비리를 막기 위해 웬만하면 현역판정을 하는 바람에 군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관심병사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역 입대 위주의 병역 정책에도 불구하고 출산율 저하에 따른 청년 인구 감소로 현재 60만 명 수준인 한국군 병력 규모는 몇 년 후에는 50만 명 이하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에 맞는 미래지향적인 군대 운영 전략은 현재까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400명이 넘는 장군 숫자가 말해주는 것처럼 나라를 지키러 간 대한민국 군대의 많은 장병은 장군과 영관급 장교의 뒤치다꺼리를 하며 청춘의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작년 현역 장군의 공관병 갑질 사건이 충격이었던 것은 장군과 부인의 갑질 행태뿐만 아니라 현역 군인이 병역의무를 장군 공관의 가정부나 정원사 역할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군대 비리는 잊을 만하면 계속 적발됩니다. 여군의 숫자는 늘어 가는데 상관의 폭력에 의한 군대 내 각종 성폭력 범죄도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더 한심한 것은 그 처리도 일반 직장과 사법 기준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이 가해자인 상관에게 너그럽습니다.


 우리나라 군대에는 거의 절대적인 존재인, 그래서 주권국가의 필수적 요소인 전시작전권도 넘겨준 미국 군대에서도 2016년에 이미 육군 장관에 동성애자인 에릭 페닝이 취임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군형법은 영외에서 개인 사이 합의하에 이뤄지는 동성애까지도 처벌하고 있습니다.


 물론 수십 년 전에 비하면 최근의 군대가 좋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군대 갈 나이 즈음의 젊은이에게 대한민국 군대는 웬만하면 피하고 싶은 존재인 것이 사실입니다.


 지원하는 일부 부대를 제외하고 의무 복무를 다녀온 남성에게 병역 복무 기간 동안 자기 계발을 하고 애국심이 높아지고 삶에 대한 만족도도 좋았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은 거의 없습니다. 우리나라 군대는 대부분의 젊은이에게 그냥 어쩔 수 없이 갈 수밖에 없는 곳일 뿐입니다. 그래서 자신도 이렇게 가기 싫은 군대를 갔다 왔기 때문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도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비난과 욕을 퍼붓는 양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제대한 군대 방향으로는 오줌도 누지 않겠다며 싫어했던 군대인데 우리 사회는 이상할 만큼 그런 군대의 변화와 개혁에 대해서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처럼 입을 다물어 버립니다. 이상하고 좋지 않은 군대이지만 다녀왔으니 그만이고 내가 고생하고 싫어한 만큼 다른 사람들도 어쨌든 꼭 가야 하는 곳이 군대입니다.


 분단국가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완전 모병제까지는 힘들더라도 자발적 징병제나 독일 징병제 시절처럼 10개월만 복무를 하더라도 전투력이 유지될 수 있는 방안도 연구하고 고민해야 하는 것입니다. 낮은 출산율로 줄어드는 병력과 인공 지능의 시대임을 감안할 때 최저임금에 근접하는 병사 월급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것이 힘들다면 이스라엘처럼 제대 후 교육, 주택, 결혼에 대한 지원금을 주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군 행정의 민간화는 군대의 비리와 불합리를 상당부분 개선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군의 변화가 실제 이뤄진다면 군대 기간이 인생의 더하기가 되고 미래를 준비하는 알찬 기간이 되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고단했던 의무복무에 대한 분풀이 수준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반대하고 징벌 수준의 대체 복무를 주장하는 것은 이 사회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정말 가고 싶은 군대까지는 아니어도 군대 경험이 사회진출을 위한 부담이 아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수준으로 변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인 양심의 자유를 지키려는 이들에 대해 타박하는 것보다는 변하지 않는 군대를 비판하고 이제부터라도 대안을 세우는 것이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더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어쨌든 가야하고 갔다만 오면 끝나는 군대가 아니라 가야 하는 그 군대가 어떤 군대인지 살피고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중요한 때입니다.


 초등학생인 제 아들이 군대에 가려면 12~15년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그때가 되어도 징병제가 남아있다면 그냥 자연스럽게 큰 부담 없이 군대에 가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이 글은 인권연대 기고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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