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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책읽기

작성자인권연대 작성일13-08-21 19:12  |  1,649 읽음

글 _ 추명구(위시웹 대표)

 

   아이들 개학이 다가온다. 우리 집도 여느 집 풍경처럼 온 가족이 달려들어 밀린 방학과제를 해 내기에 바쁘다. 방학과제(일상과제) 중에서도 이것만은 꼭 했으면 하는 과제가 있는데 바로 독서다. “책읽기 과제”라는 말과 “일기검사”라는 말이 어색하지만 1학년, 2학년인 우리 아이들에게는 학습과정이라고 느슨하게 판단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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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
메인페이지에서는 활용우수학교와 다독자의 명단 등을 알려준다


 

   그렇다면 우리집 아이는 독서와 관련되어 학교에서 어떤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일까? 나 또한 정규수업시간에는 어떤 교육을 받고 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아이들이 받아오는 통신문, 독서기록장,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서 윤곽을 그려보면 대략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아이들의 책읽기 목표는 “독서킹”이다. 독서킹이 되기 위해서는 포인트(마일리지)를 적립해야 한다. 포인트를 적립하기 위해서는 3가지 방법이 있는데 첫 번째 방법은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받아 미션을 수행 한 후(1학년인 경우 “책 속에 담긴 말”을 독서킹기 록장에 적어야 하고, 2학년인 경우 책을 읽고 “한 줄 생각”을 적어야 한다.)선생님께 확인을 받고 포인트를 적립하는 방법이고 두 번째 방법은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DLS)-대전디지털자료실지원센터”에 회원을 가입하고 웹사이트 내에서 독후활동(감상문쓰기, 편지쓰기, 동시쓰기, 일기쓰기, 개요짜기, 인터뷰, 감상화 등)을 한 후 독서킹기록장에 적고 선생님께 확인을 받은 후 포인트를 적립하는 방법이다. 마지막 방법은 학급독서시간에 독서표현활동 후 포인트를 적립한다.
   포인트를 적립하면 점수에 따라 7월과 12월에 독서장(독서장은 포인트 점수에 따라 동장, 은장, 금장으로 나뉜다.)을 수여한다. 그러나 독서장은 포인트 점수가 많다고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이상한 기법이 숨겨져 있는데 독서장을 받기 위해서는 3가지 방법을 골고루 활용해서 각 독서장의 기준 점수를 충족시켜주어야 한다.
  그럼 학교와 교육청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는가? 학교에서는 대출 통계로 매월 다독반과 다독왕 10인을 선정한다. 다독왕 중 1위는 그 달의 독서스타가 된다. 그리고 교육청은 독서감상문대회, 어린이 독서왕 선발대회 등 예능PD가 되어 아이들을 콘텐츠의 제물로 제공하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현재 우리아이가 학습하고 있는 독서교육에 대한 매뉴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았다. 나도 처음 독서킹을 접했을 때는 당황스러웠다. 아이들이 독서킹이 되기 위해 게임에 참여하는 것 같기도 하고, 독서장을 얻기 위해 나 또한 적지 않는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아이와 독후활동을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독서를 통한 대화 보다는 독후활동 기록과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에 업데이트 하기 에 바빴다. 더군다나 둘째는 아직 컴퓨터 자판에 익숙하지 못해 내가 조서를 꾸미 듯 내가 질문하면 아이가 대답하는 식으로 작성했다. 가끔 내가 짜증이 나면 내가 결말을 맺기도 했다. 결국 우리의 행위는 즐거운 책읽기가 아닌 독서장이 목표가 되었고, 지금은 아이들이 책읽기도 과제의 하나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지역 모 서점의 대표는 지역의 학교와 유아시설을 방문하며 그림책을 읽어준다. 그 현장에 참석은 해 보지 못했지만 사진으로 보이는 아이들의 표정은 마냥 즐겁다. 게임같은 책읽기, 소비를 통한 마일리지 적립, 양으로 승부하고 등급화하기, 서바이벌식으로 진행되는 독서 왕으로의 입명 등 멀티미디어에 노출 된 아이들에게 책에 대한 관심을 환기 시키기 위한 선택이라고 하지만 책읽기의 본질을 간과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러다가 아이들이 책읽기마저 경쟁을 위한 도구로 인식할까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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