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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만사는

추명구(대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오임술(민주노총 대전본부 노동안전국장), 최예린(한겨레 기자), 이채민(충남여성정책개발원 연구원), 임병안(중도일보 기자), 안선영(경기도교육청 장학사)님과 같은 지역의 현장 활동가들이 생활하면서 느끼는 인권현안에 대해 2주에 한 번씩 글을 기고하는 칼럼입니다.

남자는 다 커도 애야?

작성자대전충남인권연대 작성일21-11-24 12:41  |  31 읽음

 글_충남여성정책개발원 연구원 이채민 


  자살률이라는 게 있다. 인구 10만명 당 자살하는 사람의 비율을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매년 국가별 자살률을 발표한다. 


  한국은 2003년부터 2019년까지 2017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줄곧 OECD 국가 중 자살 사망률이 1위를 기록 중이다. 더욱이 OECD 표준인구로 계산한 수치로는 OECD 평균 2배를 넘는다. 쉽게 말해 우리가 사는 사회는 하루 평균 약 3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한 달이면 300세대 아파트 전 주민이 없어지고(약 1,140명), 8개월이면 울릉도 섬 전 주민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약 9,120명) 



<그림 > OECD 국가 연령표준화 자살률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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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살은 한국인 사망 원인 중 5위를 차지한다. 질병(당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간 질환, 고혈압, 패혈증 등)으로 죽는 사람보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 

  성비로 보면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남성 자살률이 여성 자살률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도 남성 자살률이 여성보다 약 2.5배 더 높다. 주목할 점은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이 격차는 뚜렷해진다는 점이다.​1)  얼핏 남성의 삶이 여성의 삶보다 더 힘들다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그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고령층 남성 자살 위험이 다른 연령대보다 월등히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에 따르면, 여성 노인과 달리 남성 노인은 연령이 증가할수록, 배우자가 없을수록, 독거일 때 자살 생각에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2)


  특히 노인 남성들은 돌봐줄 사람(여성)이 없을 때 죽음을 선택할 확률이 높은데, 그 이유는 그동안 스스로 돌볼 수 있는 능력을 배운 적이 없어서다. 아니, 그것은 오랫동안 남성의 일이 아니었다. 


  미디어는 끊임없이 이 논리를 확대·재생산한다. 혼자 사는 남자에게 생후 몇백 개월이라는 이름을 붙이며 여전히 ‘돌봄’이 필요한 (아이) 남자임을 강조한다.​3)  결론은 돈이 있든 없든 빨리 이 (아이) 남성을 돌볼 수 있는 (엄마를 대신할) 여자를 만나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여성들은 더 이상 (아이) 남자와 결혼을 원치 않는다. 그리고 (성/경제) 불평등한 사회는 남성에게도 결혼이 부담스럽다. 1인 가구는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니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부적절한 결합이 만든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은 이로써 그 생을 다하고 있다. 



-각주-

1)매일경제 2021년 8월 16일자 기사, ‘남성노인 자살률 여성 3.2배... 70대 남 10만명당 75명’,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21/08/792111/


2)구춘영·김정순·유정옥(2014), 노인의 성별에 따른 자살 생각 영향요인, 『지역사회간호학회지』, Vol 25 No. 1, https://www.jkachn.org/Synapse/Data/PDFData/0200JKACHN/jkachn-25-24.pdf


3)SBS ‘미운우리새끼’는 SBS 예능 프로그램으로 부제는 ‘다시 쓰는 육아일기’다. 이 프로는 미혼 남성 출연자들을 생후 몇 백 개월로 부르며 여성은 주로 관찰하는 어머니로 호출된다. 싱글 남성 출연자들의 어설픈 요리를 두고 “남자는 여자 없으면 애”여서 ‘여자’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기존 고정관념을 그대로 학습시키고 있다. 이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예능 프로 출연자들의 남성 편중 현상은 여전한데, 성역할에 대한 편견을 확산시킨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노컷뉴스, 201년 1월 14일자 ‘남편의 설거지 = 이벤트? 성 고정관념 강화하는 예능“ , https://www.nocutnews.co.kr/news/5089657 


4) JTBC 2021년 9월 3일자 구스뉴스 ‘왜 결혼 안하냐고? “그냥”...‘원해서’ 혼자 산다‘  https://www.youtube.com/watch?v=m-d9dqXY8NY 왜 결혼하지 않냐는 질문에 그냥 하고 싶지 않다는 답이 여성은 1위, 남성은 3위로 나타났다. 경력단절, 독박 육아, 성차별적 문화, 자녀 양육 소요 비용 문제 등을 함축적 단어가 바로 ‘그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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