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인권만사는

추명구(대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오임술(민주노총 대전본부 노동안전국장), 최예린(한겨레 기자), 이채민(충남여성정책개발원 연구원), 임병안(중도일보 기자), 안선영(경기도교육청 장학사)님과 같은 지역의 현장 활동가들이 생활하면서 느끼는 인권현안에 대해 2주에 한 번씩 글을 기고하는 칼럼입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나요, 4월의 아주 평범한 날을...

작성자대전충남인권연대 작성일21-04-07 14:58  |  38 읽음

글_충남여성정책개발원 연구위원 이채민 



  사람은 대개 선하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하지만 또 다른 사실 하나는 사람은 악하다. 믿고 싶지 않지만 사실이다. 가끔 어떻게 인간이 저런 짓을 할 수 있는가? 라고 말할 때가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인간이어서 그런 짓도, 저런 짓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다. 

  

  독일의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1963년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홀로코스트와 같은 역사 속 악행은 광신자나 반사회적 인격 장애들이 아니라, 국가에 순응하며 자신들의 행동을 보통이라고 여기는 아주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행해진다고 주장했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아주 평범한 사람이더라도 권력이 만든 규칙에 무비판적으로 순응할 때 악은 곧 ‘평범한 일’이 되고 만다. 그리고 누군가를 괴롭힌다는 것. 그것 자체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아무 이유 없이 타인이 나 때문에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는 것 자체가 즐겁다. 그래서 타인이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낼 때 자신이 가진 힘의 우위를 느끼며 좋아한다. 대개 이런 지형은 ‘성폭력 사건’이나 ‘직장 내 괴롭힘(갑질)’에서 잘 나타난다. 그렇다. 아무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는 공동체를 유지해야 할까? 받은 대로 되갚아주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성숙한 인간이라면 이 역시 옳지 않은 방법이라 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잊지 않는 것이다. 잊지 않고 끝까지 있는 힘을 다해 기록하고 찾아내는 것, 그리고 처벌받도록 하는 것 역시 또 다른 방법이다. 


  모든 역사가 그러하듯 역사 속 여성의 피해는 축소·왜곡돼 왔다. 광주 민주화 항쟁 때 여성들이 겪었던 성폭력·성고문 사건이 이제야 조명을 받게 된 것을 보면 민주화 투쟁 역사조차도 여성에게는 ‘죽는 날까지 비밀’이어야 했을 어떤 것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1948년부터 시작된 제주 4·3 사건은 어떠한가. 4·3 사건에서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은 남성의 그것과 달랐다. 진압군은 성별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학살과 인권 유린을 범했다. 보고 듣는 내내 믿을 수 없을 정도다.​1) 하지만 피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나 보상은 없었다.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역사는 늘 되풀이된다. 2014년 4월 16일에 발생한 세월호 사건은 참사가 일어난 지 7년이 되었지만, 책임자들은 처벌받지 않았고 관련자들은 대부분 무혐의로 결론 났다. 관련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2) 그리고 지금도 역사는 어딘가에서 너무나 평범함 얼굴로 되풀이되고 있다. 


  이토록 잔인한 4월일 수 있을까. 가슴이 아린다.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보면서 어떻게 인간이 저렇게 잔인할 수 있냐며 남 일인 듯 말하지만 그들을 통해 우리를 본다. 우리는 앞으로 얼마나 또 어떤 끔찍한 일을 되풀이할까.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끝까지 찾아내 죗값을 받도록 만들어야 한다. 끝까지 말이다. 





----------------------------------------------------------------------------------------------------------

1)제주 4.3사건은 1948년 4월 3일부터 약 7년간 3만여명의 제주 사람들이 죽은 비극적인 참사다.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출처 : 2018년 4월 1일자 기사  “여성의 경험도 역사로 기억해야”, 여성신문(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0728) 이 과정에서 공비로 의심되는 이들의 은신처 혹은 행방을 대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가족구성원, 특히 여성들은 무차별 성고문 당한 후 학살됐다. 그러한 학살을 두고 민관군경(民官軍警)으로 구성된 토벌대는 ‘대리사살=대살’이라는 명칭을 서슴없이 사용하면서 당연시했음을 확인했다”며 “대신 죽이는 방법은 성고문 후 나무에 목 매달아 서서히 죽이기, 임산부의 배를 갈라 태아를 꺼내고 죽이기 등 다양했다. 출처 :  2018년 4월 28일자 기사, ‘살아남았기에 더 고통스러웠던 4.3 제주여성’ 제주의 소리(http://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203829) 


2)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은 해경 지휘부 구조 책임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활동 방해 의혹 등 앞서 재판에 넘긴 사건 외엔 추가적인 형사 처벌을 하지 않고, 대부분 의혹에 무혐의 처분을 내리며 사건을 종결하기로 했다. 출처 : 2021년 1월 19일자 기사, 세월호 참사 ‘최종 수사 결과’ 발표... 대부분 무혐의 , BBC NEWS 코리아 , (https://www.bbc.com/korean/news-5571646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