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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만사는

추명구(대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오임술(민주노총 대전본부 노동안전국장), 최예린(한겨레 기자), 이채민(충남여성정책개발원 연구원), 임병안(중도일보 기자), 안선영(경기도교육청 장학사)님과 같은 지역의 현장 활동가들이 생활하면서 느끼는 인권현안에 대해 2주에 한 번씩 글을 기고하는 칼럼입니다.

강사님, 다 좋은데 편파적이고 일방적이세요

작성자대전충남인권연대 작성일21-01-27 15:34  |  147 읽음

충남여성정책개발원 연구위원 이채민


  강의하면서 많이 듣는 이야기가 있다. 주로 남성 대상으로 강의할 때 듣는다. “강사님 잘 들었는데, 너무 일방적인 것 같네요”, “편파적입니다.”“여자만 힘든 게 아니다”, “남자도 얼마나 살기 힘든 줄 아냐” 등의 이야기다. 그렇다. 내 강의는 편파적이고 일방적이다. 사실 성차별의 역사·구조적 원인을 설명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다. 그래서 그런 평가를 받으면 “그래서요?” 라고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페미니즘을 이야기할 때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갈등’이다. 페미니즘 운동이 ‘젠더갈등’, ‘여·남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우리(여·남)는 갈등하고 있는가? 그리고 페미니즘 운동은 그 갈등을 조장하는가? ‘갈등’의 의미는‘개인이나 집단이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이상의 목표나 정서들이 충돌하는 현상’을 일컫는다(심리학 용어사전). 아.. 그렇다면 페미니즘 운동은 정녕 집단으로 나누어 일방적으로 한쪽이 잘못하고 있다고 외치며 싸우고 있다는 것인가? 참, 그런데 갈등은 없어져야 할 나쁜 건가? 


  인종차별보다 더 오래된 것이 성차별이다. 이 지면에서도 증명할 수 있다. 바로 지금 생각나는 역사 속 여성위인을 읊어보시라. 강의할 때도 주로 묻는데 대부분 유관순(은 늘 누나다), 신사임당, 그 다음은 침묵이다(아는 여성 위인이 없다는 얘기다). 이상하지 않은지? 여성과 남성이 반반인데 어떻게 그 긴 역사 속 아는 여성 위인이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밖에 모른단 말인가.​1) 오랫동안 성 불평등한 사회 속에서 곪다 터진 미투 운동이나 페미니즘 운동을 화해할 수 없는 투쟁의 성격으로 규정하는 것이야말로 ‘갈등 프레임’을 부추겨 진짜 본질을 왜곡하고 성평등 인권운동을 폄훼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페미니즘인가? 라는 질문에 있어서는 매우 다양하게 설명할 수 있다. 페미니즘 운동은 모든 성의 동등함을 주장하는 인권운동이면서 그동안 자연스럽고 정상적이며 바람직하다고 인정되었던 많은 것에 도전하는 실천적 학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다양한 정치적 실천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의식 개선을 위한 투쟁이나 시민 자유권과 정치경제적 힘을 위한 조직화된 요구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다. 그래서 페미니즘 운동은 내가 아는 그 어떤 운동보다 핫(hot) 하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기울어졌다고 말하는 것을 편협하고 일방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것. 그것이 바로 (성)차별 사회라는 반증이 아닌가. 그래서 꿈꾼다. 누구라도(여·남·소·노 모두) 자신의 불편함을 말할 때 평가가 아닌 존중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말이다. 그것이 운동의 기본 아닐까. 성평등 인권운동은 오늘도 또 그렇게 한발 나아간다.​2)




1) 가끔 나를 타이르듯 “에이 강사님, ‘남자는 세계를 지배하고 그 남자를 지배하는 것은 여자다’라는 말이 있어요. 여자가 남자보다 위라는 뜻인 거니 너무 억울해하지 마세요.” 라고 말씀하시는 분이 있었다. 이 문구는 대단히 성차별적이다. 권력을 가진 남자를 지배하여 마치 남자 위에 여자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듯 하나 그 남자가 죽거나 힘을 잃으면 그 여자는 결국 아무것도 아니다. 즉, 여성 스스로 무엇이 된 게 아니라 단순히 권력을 가진 잘난 남자의 여자인 것을 뜻한다. 그래서 저 말은 여자가 남자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자는 아무리 잘나봤자 남자에 종속돼 있음을 뜻한다. 이렇게 설명하면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덤비는구나’ 라는 표정이다. 어쩌란 말인가. 


2)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남·녀’를 ‘여·남’으로 잘못 쓴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당신이 가진 편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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