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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영(북디자이너), 추명구(대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오임술(민주노총 대전본부 노동안전국장), 임아연(당진시대 기자), 이채민(충남여성정책개발원 연구원), 임병안(중도일보 기자)님과 같은 지역의 현장 활동가들이 생활하면서 느끼는 인권현안에 대해 2주에 한 번씩 글을 기고하는 칼럼입니다.

연예인의 죽음, 악플만 문제일까

작성자대전충남인권연대 작성일19-11-27 12:27  |  26 읽음

임아연 당진시대 편집부장 



사람들이 죽어간다. 

20대 어린 청춘이 또 죽었다. 

위험한 산업현장에서 죽어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화려한 조명 아래 늘 꽃처럼 웃던 이들이, 한 계절도 채 보내지 못하고 며칠 새 져버리는 꽃잎처럼 죽었다. 


대부분의 언론과, 언론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악플'이 문제라고 말한다. 마구 배설한 감정의 쓰레기통인 양, 누군가에게 쏟아내는 욕과 비난은 분명 문제이지만, 과연 악플만이 문제일까. 세계인의 인기를 끌고 있다는 K-POP 속에 가려진 비정상적인 아이돌 연예계의 시스템 속에서 어린 친구들이 병들어가고 있는 것은 왜 주목받지 못하고 있나. 


최근 잇따른 아이돌 출신 여성가수들의 죽음을 보면서 놀랐다가, 안타까웠다가, 걱정이 됐다. 또 다른 누군가도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을 거고, 또 다시 죽음이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말이다. 


TV를 거의 보지도 않고, 연예계에 큰 관심이 없어 잘 모르지만, 그런 나조차도 설리를 알고 있던 건 그는 이따금씩 포털 메인뉴스에 나오곤 했기 때문이다. 그의 연애, 사진, 옷차림 등 별로 관심 둘 필요가 없는 사생활이 언론과 대중들에게는 ‘논란’이 됐다. 구하라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둘은 무척 가까웠던 사이였던 것 같다. 


시시콜콜한 일거수일투족이 논란이 되고, 사람들의 눈총을 받는 일이 인기에 따른 부와 명예를 누리는 연예인의 숙명이라고,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일이라고만 생각해야 할까. 수많은 정치인을 비롯한 유명인사들이 대중의 관심사인 것은 맞지만, 여느 영역보다 아이돌의 세계는 지나치게 어린아이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여러 경험을 통해 크고 작은 삶의 언덕을 넘어본 적 없는 아이들이 혼자서 감당하기엔 너무 큰 파도를 온몸으로 맞고 있다.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알기도 전에,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보기도 전에,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야 하고, 예쁘게 또는 멋있게 보여야 하는 것을 쫒으며 살아야 하는 이들의 정신건강이 상당히 우려스럽다. 같은 크기의 비난과 질타라도 정치인과 같은 다른 유명인들이 겪는 것에 비해 어린 아이돌이 받아들이는 고통과 혼란의 크기는 훨씬 더 크지 않을까.


그런데 지금의 연예계 시스템은 더 마르고, 더 예쁘고, 춤 잘 추고, 노래 잘하는 것과 같이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것에만 치중할 뿐, 이들의 내면적 성숙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 더 어리고 예쁜 인형 같은 아이돌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그리고 그것이 돈과 자본으로 직결되는 사회에서는 설리·구하라와 같은 비극적인 일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자살 뿐만 아니라 얼마 전 크게 논란이 됐던 버닝썬 사태 등 젊은 연예인들의 마약 의존과 피폐해지는 삶 또한 계속 될 것이다. 


같은 장소에서 계속해서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안전표지판을 세우거나 교통체계를 바꾸는 등 사회적 개선이 이뤄진다. 마찬가지로 같은 사업장에서 여러 명의 노동자가 잇따라 죽어간다면 고용노동부의 특별감독이 진행되고 안전대책을 마련하도록 사회적인 요구가 이어진다. 그런데 연예계의 이러한 문제는 구조적인 측면에서 진단되지 않고, ‘악플을 달지 말자’는 식의 막연한 대중의 의식 변화만 얘기하고 있다. 연예인들에 대한 전반적인 정신건강 조사와 사회적인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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