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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만사는

손주영(북디자이너), 추명구(대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오임술(민주노총 대전본부 노동안전국장), 임아연(당진시대 기자), 이채민(충남여성정책개발원 연구원), 임병안(중도일보 기자)님과 같은 지역의 현장 활동가들이 생활하면서 느끼는 인권현안에 대해 2주에 한 번씩 글을 기고하는 칼럼입니다.

전태일의 친구는

작성자대전충남인권연대 작성일19-11-13 11:18  |  40 읽음

글_오임술(민주노총대전본부 노동안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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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전태일재단_전태일의 일기장(왼쪽)과 그가 남긴 메모.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 열사가 분신 자결하며 외쳤던 구호이다. 전태일 열사는 어려운 한자투성이였던 노동법을 알려줄 대학생 친구가 없음을 한탄했지만 스스로 공부하고 노동자들을 조직했다. 자신의 버스비로 어린 여공들에게 풀빵을 사주고 걸어 다녔다고 한다. 


전태일 열사의 친구가 되고자 했던 대학생들은 노동자 학생연대를 외치고 스스로가 노동자가 되기 위해 공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은 흘렀다. 노동자 세상을 위해 민주정부를 외쳤던 대학생들은 기성세대가 됐고 정권교체와 소위 말하는 민주정부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노동개악법이 만들어진 시기는 민주정부라는 곳에서 만들어지곤 했다. 정리해고법, 파견법, 손해배상가압류확대, 비정규직확대, 지금의 노조법개악과 탄력근로제기간 확대 등이 그러하다. 노동악법 폐지를 위해 수많은 노동자들이 죽고 구속되고 수배되었다. 그러나 경제 살리기와 민주라는 가면 속에 노동 악법은 아무 일 없듯이 추진된다. 


청와대 경제수석은 대법원판결이 있었음에도 직접고용에서 배제되고 있는 톨게이트 수납업무 노동자들에게 어차피 없어질 직업이라는 말을 했다. 총리는 사회적 감수성 부족 타령만 할 뿐이지 입 밖으로 꺼내어진 진심을 들킨 것에 대한 고육지책 속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대답을 할 뿐이다. 국회의원들은 카메라 앞에서는 싸우지만 뒤에서는 ‘존경하는 의원님 하며 우리가 남이가’를 외친다고 하지 않던가? 故노회찬의원은 겉과 속이 다른 국회의원들의 모습에 당황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여야를 떠나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세비 인상과 자리보전, 그리고 노동법 개악 때만은 합의가 잘된다고 한다. 노동법을 개악하느냐, 더 개악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노동자들을 과로로 내몰고 임금을 하락시키는 탄력근로제를 6개월이냐 1년이냐로 싸우는 여야의 행태가 대표적이다. 정치인들 말대로 탄력근로제가 확대된다고 경제가 활성화되는 것도 아니다. 단지 경제(자본)계 청부 입법을 놓고 호들갑을 떠는 것이다.


민주정부 수립을 외치며 길거리에서 투쟁했던 왕년의 투사들은 한국사회의 기성세대가 되었고 정치와 경제 기득권 세력으로 상당수가 포함되었다. 저들은 노동운동이 전태일 정신이 퇴색했다며 비난한다. 노동조합에게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며 변절과 자본편향을 숨길 뿐이다. 비정규보호법이 비정규직을 보호하지 못하는 법이라고 싸웠던 노동조합, 정리해고, 파견제가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 것이라며 투쟁했던 사람들, 노동조합 활동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유일무이한 나라에서 비정규직과 연대하고 싸우려는 노동조합은 한국 사회에서 귀족노조가 되어야 하고 나쁜 노조로 인식될 때 저들의 본질은 감추기 쉬워진다. 


속옷 시위를 하는 여성 노동자들을 조롱하며 채증을 하는 경찰들, 강제연행과 폭력을 일삼는 경찰들의 모습은 여전하다. 대통령 문재인을 보유한 나라에서도 노동자는 2등 시민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노동자들이 투쟁의 방법은 죽음 아니면 강경한 비타협적 투쟁 이외에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던 1970년 전태일 열사의 외침을 지금의 노동자들은 어떻게 받아 안아야 할까? 


노동조합 조직율이 적은 것도 노동운동 책임이라며 비난하지만 노조할 권리를 주지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한다면서 각종 수당을 최저임금에 산입하여 임금을 하락시킨다. 적폐청산이라면서 전교조 법외노조는 법원 판결을 기다리라 한다. 노동 존중이라면서 국제노동기구(ILO 정부간 국제기구 가운데서 ILO는 회원국 대표가 그 나라 정부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사용자·노동자 대표들로 구성) 핵심 협약을 비준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에 가깝다.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고 자회사 만들고 직군을 통한 차별과 비정규직은 확대된다.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을 후퇴시킨다. 노동시간 단축한다더니 과로사와 임금을 하락시키는 탄력근로제를 확대한다고 한다. 실업자를 노조 가입 인정한다고 하면서 노조 활동은 안된다고 한다. 나아가 직장내 쟁의 활동을 금지하고 단체협약 기간을 연장하는 등 노동기본권을 후퇴시키고 있다. 

역사적으로 싸우고 저항하는 자들은 빨갱이가 되어야 했다. 지금은 귀족노조가 되어야 한다. 일부 정규직 노조의 일탈 행위가 전부가 되어 대한민국의 노동조합은 나쁜 노조로 있으라 한다. 오늘도 길거리에서 비정규직 철폐를 외친다. 재벌개혁, 사회 공공성 강화, 위험의 외주화 금지를 외친다. 누가 전태일의 친구이고 정신계승자들인가? 누가 촛불 정신을 훼손하고 있는가? 한순간을 살아도 산맥처럼 당당하게... 아아! 민주정부...사천만의 꿈과 희망을 외쳤던 모든 이여, 모르는 모든 나여.......▶


--전태일 열사 유서 -- 

사랑하는 친우여 받아 읽어주게.

친우여, 나를 아는 모든 이여. 나를 모르는 모든 나여. 

부탁이 있네. 


나를,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영원히 잊지 말아주게. 

그리고 바라네. 그대들 소중한 추억의 서재에 간직하여 주게. 

뇌성 번개가 이 작은 육신을 태우고 꺾어버린다 해도, 하늘이 나에게만 꺼져 내려온다 해도, 

그대 소중한 추억에 간직된 나는 조금도 두렵지 않을 걸세. 

그리고 만약 또 두려움이 남는다면 나는 나를 아주 영원히 버릴 걸세. 

그대들이 아는 그대 영역의 일부인 나. 그대들의 앉은 좌석에 보이지 않게 참석했네. 

미안하네. 

용서하게. 

테이블 중간에 나의 좌석을 마련해 주게. 

원섭이와 재철이 중간이면 더욱 좋겠네. 

그대들이 아는 그대들의 전체의 일부인 나. 

힘에 겨워 힘에 겨워 굴리다, 다 못 굴린. 그리고 또 굴려야 할 덩이를. 

나의 나인 그대들에게 맡긴 채. 잠시 다니러 간다네. 잠시 쉬러 간다네. 


어쩌면 반지의 무게와 총칼의 질타에 구애되지 않을지도 모르는, 않기를 바라는 이 순간 이후의 내 생애 못 다 굴린 덩이를. 

덩이를 목적지까지 굴리려 하네.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또 다시 추방 당한다 하더라도, 굴리는 데 굴리는 데 도울 수만 있다면, 이룰 수만 있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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