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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이 추억이 될 때

작성자대전충남인권연대 작성일19-10-01 21:34  |  35 읽음

글_ 이채민(충남여성정책개발원 연구원)

 

하루에도 수십건의 특정 사건에 대한 뉴스가 쏟아져 피로도가 극에 달할 무렵            

화성연쇄살인사건의 가해자가 밝혀졌다는 소식을 접했다. 우연히도 필자는 그즈음 화성에서 살았다. 

살인사건 발생 후 어두워지면 절대 혼자 다녀서는 안되고 가해자가 흥분할만한 붉은 색 스타일의 옷은 입으면 안된다는 말을 수 없이 들어가며.......

(당시다니던고등학교교복이붉은 색이어서 밤이되면더더욱몸을사리면서다녔던기억이난다) 


희생자가 생길 때마다 내가 뭘 더 조심해야 눈에 띄지 않을지를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학교에서는 주기적으로(범인이 잡히지 않았으니 정기적인 교육을 받았다) 

‘어떤 옷을 입으면 안되는지’, ‘ 어느 지역을 혼자 가면 안되는지’, ‘ 움직이면 안되는 시간은 몇 시부터 인지’ 등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우리는 그렇게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고 조심 또 조심했으며 누군지도 모를 가해자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저마다 노력을 했다.  

 

아무런 잘못이 없는 (나를 포함한) 여성들의 노력이 생각났던 건 한 사진작가가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하여 누드사진을 공개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다. 

지난 26일 오후 5시쯤 온라인 사진 커뮤니티에 10명의 무고한 여성이 희생됐던 사건을 모티브로 ‘화성연쇄살인 누드’라는 제목의 글로 사진이 올라온 것이다. 

그는“화성연쇄살인사건으로사회가 어수선하고 온갖 루머들이 난무하던 시절, 화성의 어느 들판에 버려진 폐차를 오브제로 사건을 희화하했다”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무고하게 희생당한 여성들을 대상화했다는 비판이 거세지만 해당 작품 작가는 아무런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전에도 그는 프랑스 칸의 누드비치에서 여성의 신체를 불법촬영(몰카) 형식으로 촬영한 뒤 사진집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범죄행위가 버젓이 예술 작품으로 승화된 셈이다. 

그리고 그를 옹호하는 쪽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이야기한다. ‘표현의 자유’는 이렇게 가해자를 옹호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주로 힘없는 개인이 권력을 상대로 조롱이나 희화하할 때 사용되었던 '표현의 자유’가 ‘혐오의 자유’, ‘막말의 자유’ 를 포장하는 데 사용된 셈이다. 

그(들)가 만일 살인이본인한테이뤄질수있는일이라고한번이라도생각했다면 서슴없이자신을대상으로 한 예술작품을 만들 수 있었을까. 인간이 이토록 잔인할 수 있나 싶다.  

 

무엇이 문제일까. 아니, 질문을 달리해야 한다. 왜 그(들)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암담하다. 여성의 죽음을 ‘유작’이라 부르며 서로 공유했던 커뮤니티 사이트가 버젓이 운영되고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이 소환되며 방송마다 당시 얼마나 여성들이 잔혹하게 살해당했는지 설명한다. 살인의 추억이라.. 살인이 추억이 되는 나라에서 여성들은 어떤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정작 여성이 겪는 부당함과 고충을 현실감 있게 그린 ‘82년 김지영’ 의 영화 개봉에는 분노하는 당신을 설득할 능력이 나에겐 없다.  

여성이 살기 좋은 세상은 언제쯤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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