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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없는 사회 (필 주커먼 지음, 마음산책 펴냄)

작성자대전충남인권연대 작성일20-03-19 12:48  |  465 읽음

코로나19 확산 시점에 신과 교회를 생각하다.

필 주커먼의 ‘신 없는 사회(Society without G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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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이게 현실인지 아니면 내가 꿈을 꾸는 것은 아닌지 볼을 꼬집어 볼 정도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바꾸고 있는 세상은 하루하루가 혼란과 당황의 연속이다.

특히 지난 2월 대구에서 신천지 교회 교인들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집단 감염 사태 이후 최근 경기도 성남의 모 교회 소금물 성수로 인한 집단 확진까지 종교가 사회문제의 부정적인 측면에서 끊임없이 회자 되고 있다.


이른바 ‘종교 과잉’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일련의 사태에서 떠오른 책이 하나 있어 서재를 뒤져 오래된 책을 찾아서 다시 읽어봤다. 미국의 사회학 교수인 필 주커먼(Phil Zuckerman)이 2008년에 펴내고 우리나라에는 2012년에 번역되어 나온 ‘신 없는 사회(Society without God)’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책이다.

이 책은 필 주커먼 교수가 2005년부터 5월부터 2006년 7월까지 14개월 동안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 거주하며 그들 지역의 비종교성에 대해 경험한 비공식적 대화와 150건가량의 심층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여기까지 읽은 분들은 또 북유럽 타령이냐며 힐난 할 수도 있겠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사회의 대안 지점으로 북유럽 복지국가를 소개한 책은 국내 저자든 국외 번역서든 상당히 많이 나와 있다. 그런데도 출간된 지 8년이나 지난 이 책을 소개하는 것은 그동안의 북유럽 소개서와는 달리 종교적인 믿음이 낮아도 여전히 훌륭한 사회적 기능을 발휘하는 사회가 가능하다는 다소 독특한 측면에서 이 책이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90%가 하느님을 믿는다는 미국에서 온 저자는 스칸디나비아에 살면서 종교의 존재가 미미한 것에 매혹되었고 또 이 책을 쓴 강력한 동기였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교회 예배에 참석하는 사람이 덴마크는 12%, 스웨덴은 9%에 불과하며. 단위를 일주일로 좁히면 겨우 3%와 7%의 시민들만이 교회에 간다고 한다. 또한, 미국의 경우 ‘하느님을 믿지 않는 정치가는 공직에 적합하지 않다’라는 물음에 64%가 동의했지만, 덴마크에서는 겨우 8%, 스웨덴에서는 15%만이 동의했다고 한다.

종교와 신에 대한 어떤 통계를 가져와도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경우 미국보다 현저하게 낮은 비율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통계가 놀라운 것은 덴마크와 스웨덴 사람들 대다수는 자국 국교회에 소속되어 교회세를 납부하고 있으며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사실 때문이다. 자식들이 세례를 받게 함은 물론 사춘기 초입에 이르면 견진성사도 받게 한다. 이러한 불일치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루터교의 오랜 전통이 스칸디나비아 각국의 문화에 스며들어 있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종교적 확신 때문에 세금을 내고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남들이 해서’ 또는 ‘전통’이나 ‘낭만’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은 믿지 않아도 종교적인 문화는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 스칸디나비아인들의 신과 종교에 대한 생각을 잘 나타내주는 인터뷰가 있는데 피면접자는 덴마크에서 교장으로 은퇴한 70대 후반의 라르스라는 노인이다.


주커먼 : 죽은 뒤에도 삶이 있는 걸 안 믿으시는……?

라르스 : 그래요……. 잘 모르겠어요. 잘 모르겠어. 내 경우에는 삶이 끝나면 모든 게 끝나는 게 확실해요

주커먼 : 하지만 “삶이 끝나면 모든 게 끝”이라면 이 모든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인생의 의미가 뭐죠?

라르스 : 인생의 의미? 나는 지상에서 내게 주어진 시간을 누렸어요. 그 시간을 최대한 잘 보내는 것이 내 의무죠. 나는 좋은 아버지가 되려고 노력했고……. 정말이지 훌륭한 세월을 보냈어요

주커먼 : 그럼 행복하신 건가요?

라르스 : 그럼 물론이오. 뭐……. 불만스럽고 화가 날 때도 있었지만 그런 건 다 자기 잘못인 것 같아요. 그래요. 하지만 날 지탱해줄 뭔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 적은 한 번도 없어요.


표현의 차이는 있었지만, 저자 주커먼 교수가 스웨덴과 덴마크에서 인터뷰한 이들은 그들의 종교와 신, 그리고 삶에 대해 대게 라르스씨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저자의 모국인 미국도 그렇지만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들으면 기겁을 할 만한 생각을 스칸디나비아인들 대다수가 가지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과 스칸디나비아인들의 종교와 신에 대한 차이는 왜 이렇게 극단적으로 차이가 나는 것일까?

저자는 몇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다. 먼저 역사적 차이였는데 덴마크와 스웨덴은 기독교가 들어왔을 초기 왕과 부족장이 기독교를 강요하면서 진정한 신앙이 쉽게 자리를 잡지 못했단다. 하지만 미국은 처음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온 사람들 자체가 믿음 깊은 청교도인 들이었고 그들은 기독교 사회를 건설하려고 미국에 왔다는 일종의 사명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미국의 이민 문제와 인종적, 종족적, 계급적, 문화적 다양성이 종교를 소속감과 유대감을 갖게 하는 매개체가 되었다는 해석도 있었다.

이러한 설명이 수긍이 가지만 내게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왔던 분석은 ‘스칸디나비아 사회와 미국 사회의 안전성’의 차이가 종교성의 차이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책에서 잉글하트와 노리스란 학자는 다음과 같이 미국 사회를 설명한다.


미국은 대체로 종교성이 예외적으로 높은 편이다. (···) 후기 산업사회 중에서 가장 불평등한 곳 중 하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부자 나라인데도 미국 사회의 여러 부분은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적 불안감을 경험하고 있다. (···) 미국의 가정들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중산층 가정조차도 실업의 위험이나 의료보험 없이 갑자기 병에 걸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범죄의 대상이 될 위험, 장기적 노인부양 비용을 마련하는 문제도 있다.


반면 덴마크와 스웨덴의 사회적 안전성은 미국과는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생애 전시기에 거쳐서 안정적인 의·식·주가 국민에게 공급되고 있으며 의료와 교육은 거의 무상이고 육아와 노후도 국가에서 책임지고 있다. 빈부격차는 적고 노동자의 권리는 실직을 당해도 보장된다.

바로 이런 삶의 안전성이 굳이 종교에 의지하지 않더라도 생활을 영위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앞에서 인용한 인터뷰의 라르스 노인이 왜 그런 현실 긍정 위주의 심리상태를 가지게 되었는지가 충분히 수긍이 된다.


필 주커먼은 미국인이기 때문에 미국과 북유럽을 비교했지만, 전 국민의 약 43%(2015년 통계청 기준)가 종교를 가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신천지교회의 부적절한 대응은 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런데도 신천지교회에서 놀랐던 것은 청년들이 많이 보인다는 것이었다.(실제 청년 비율이 전체 신자의 60%라는 기사도 있었다) 한국의 종교 교단들이 가진 공통적인 고민은 신자 수가 줄어들고 그중에 청년들이 교회와 불당으로 오지 않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단으로 규정된 신천지교회의 수많은 청년 신자들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아동기부터 대학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경쟁 위주의 공부, 높은 대학 등록금, 좁은 취업문과 그로 인해 실질 청년 실업률이 10%를 넘는 상황, 더구나 청년들 자력으로는 도저히 넘볼 수 없는 높은 부동산 가격, 빈부격차의 심화 등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러한 청년의 사회적 곤란은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13년째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이단 종교에 심취하는 극단적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나름의 분석을 했다. 


필 주커먼이 이 책을 통해 파악했듯이 북유럽과 미국의 사회적 안전성 차이와 종교를 믿는 것에는 유의미한 비례성이 있었다. 물론 예외는 있듯이 종교 생활이란 것이 거의 없는 중국과 북한, 구소련이 건강하고 안전한 국가라는 말은 아니다.


미국의 보수 기독교인들(우리나라도 포함)이 가장 큰 ‘죄악’으로 생각하는 것은 전쟁도, 빈곤도, 학교의 붕괴도, 아동학대도, 의료 영리화도, 총기 포화 상태도, 지구온난화도 아닌 ‘낙태와 동성애’라고 규정짓는다. 그런데 덴마크와 스웨덴은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낙태와 동성애를 합법화한 나라들이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보수 기독교인 기준으로 가장 죄 많은 국가이다.

하지만 필 주커먼은 한 사회를 ‘도덕적’이라거나 ‘윤리적’이라고 평가하는 기준이 미국처럼 성경을 사랑하고 정기적으로 교회를 나가는 것보다는 빈곤을 퇴치하고 어린이와 노인, 고아의 복지를 위해 충분한 기금으로 보살핌을 제공하는 것이 훨씬 더 도덕적이고 윤리적이라는 평가를 한다.

실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종교성이 현저히 약한 사회임에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안전하고 건전하며, 도덕적이며 더불어 경제적 번영을 누리고 있다.


글을 쓰는 와중에 모 교회 목사님이 매일 집회를 강행하면서 “예배하면 천국에서 신선한 공기가 내려온다. 마스크를 벗어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인터넷에 올라왔다. 하느님이나 예수를 믿는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괴롭힘과 따돌림을 받는다는 스웨덴과 덴마크 국민은 이 기사를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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