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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우리는 정말 알고 있을까?<노현웅 외 / 철수와 영희>

작성자대전충남인권연대 작성일19-03-25 22:03  |  793 읽음

얼마 전에 읽은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산문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서는 미국작가 데이비드 포스트 월리스가 케니언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했다는 우화를 소개합니다.

어린 물고기 두 마리가 물속에서 헤엄치고 있다. 그러다가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나이 든 물고기 한 마리와 마주친다. 그가 어린 물고기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잘 있었지, 얘들아? 물이 괜찮니?” 그와 헤어지고 어린 물고기 두 마리는 잠시 말없이 헤엄치다가 문득 물고기 한 마리가 다른 물고기에게 말한다.
“도대체 물이란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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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사회부 24시팀 기자들이 한 달 동안 비정규 노동자로 일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기록한 책 <노동, 우리는 정말 알고 있을까?>을 읽으면서 위의 우화가 문득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우리는 일자리를 구하고 노동을 하고 임금과 노동문제가 언급되는 언론과 SNS를 보면서 분노하거나 심각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말 이 사회의 노동과 노동자의 삶을 제대로 알고 있었던 것인지 안타깝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습니다.

경기·인천지역 ‘제조업체의 주야 맞교대’, 콜센터 노동자, 주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노동현장, 배달대행업체 노동자(플랫폼 노동자) 등의 노동현장에 짧게는 2-3주, 길게는 한 달 가까이 기자들이 직접 취업을 해서 써내려간 체험기는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의 불법과 편법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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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시간, 주 15시간 이상 노동할 경우 보장된 주휴수당, 연장 휴일근로 수당지급과 같은 법제도는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 노동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먼 얘기 였습니다.
네 가지 일의 공통점은 위험하고 힘들고 보수가 적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고 빨리 쉽게 관두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노동자의 권리를 챙기고 주장하는 노동자도 거의 없고, 사업주는 그것을 보장해 주려고 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이는 10여 년 전에 한겨레21 기자들이 같은 방법으로 노동현장을 취재하고 연재한 <노동 OTL>이후 저임금 비정규 노동자들의 삶은 그다지 크게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단순체험에서 그치지 않고 근로기준법에 근거한 합당한 문제제기와 각종 자료를 근거로 한 대안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부디 관료와 정치인들이 꼭 읽고 저임금 비정규 노동자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물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정작 물이 무엇인지 모르는 물고기처럼 거의 매일 노동문제를 접하면서도 비정규직 노동의 열악함과 그 일자리의 구조적 부당함과 불안함을 제대로 몰랐던 제게 실제 그 노동자의 삶이 얼마나 불평등하고 고단한 것인지에 대해 일깨워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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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종에 대한 기대와 바람이 없는 기자는 없겠지만 사실 우리 일상은 어떤 면에서는 특종이 가득한 사회일수도 있습니다. 이미 벌어졌거나 나쁜 쪽으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드러나지 않은 문제에 대해 고생스럽게 진지하게 접근하는 한겨레신문 기자님들의 이런 시도를 응원합니다.

<이상재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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