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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돌(고려대 교수), 심규상(오마이뉴스 기자), 양해림(충남대 교수), 장원순(공주교대 교수), 좌세준(변호사)님이 돌아가며 2주에 한 번씩 인권현안에 대해 기고를 하는 전문가 칼럼입니다.

조선총독부도 '공칠과삼'이라고 할 텐가?

작성자대전충남인권연대 작성일21-11-24 11:38  |  31 읽음

글_심규상(오마이뉴스 기자)


전두환 씨가 사망했다. 전 씨는 역대 전직 대통령 중 가장 외면받고 있다. 


이승만도 전두환 씨처럼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렀다. 이승만은 3.15부정선거 실체가 드러나 사실상 쫓겨났다. 이승만의 이름 앞에는 '종신 집권 독재자', '사사오입 개헌', '민간인 집단학살 원흉' 등 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하지만 이승만은 국립묘지 중에서도 '가장 길지'에 묻혔다. 그의 장례식때는 100만 여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왔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70 노구로 광복된 조국에 돌아와 새 나라를 세워 민족과 국가의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중략) 이역의 쓸쓸한 해빈에서 고독하게 최후를 마치게 한 것을 마음 아프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박사에 대한 영원한 경의로 그 유택을 국립 묘지에서도 가장 길지를 택하여 유해를 안장해 드립니다" (1965년 이승만의 장례식 때 박정희의 조사 중에서)


박정희는 이승만을 '생전에 손수 창군해 그들로서 공산 침략을 격파해 세계에 이름을 날렸다'고 칭송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인 2014년 "역대 대통령은 누구든 다 공(功)이 많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건국의 공이 있고, 박정희 대통령도 산업화에 공이 있다, 공칠과삼(功七過三) 정도는 된다”고 말했다. 100점 만점으로 따지면 박정희 또한 70점 정도는 된다는 얘기다.


그가 2015년 새정치연합 대표로 당선되자마자 첫 일정을 '그 시기에는 산업화가 우선순위였다'며 국민통합을 이유로 이승만과 박정희 묘 등 역대 대통령을 참배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시민들의 의견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3일 동안 전국 성인 1000명에 대통령 공과를 물었다. 이승만을 빼고 박정희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공과를 묻는 말에 박정희에 대한 긍정 평가는 61%로 김대중 62%, 노무현 61%로 비슷했다. 부정 평가도 박정희 26%, 김대중 19%, 노무현 22%로 엇비슷하게 나타났다.


평가의견을 보면 연유가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박정희에 대한 긍정 평가의 가장 큰 이유는 경제 발전(52%)이었다. 나머지도 새마을운동(15%), 민생해결(12%), 국토개발(8%)로 유사했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에 긍정 평가의 주된 이유도 각각 IMF 외환위기극복, 서민경제 민생을 위한 노력 등 '경제 극복'이 꼽혔다.


박정희에 대한 부정평가로는 독재와 유신으로 민주화 후퇴, 쿠데타, 정경유착, 부정부패가 나왔지만, 소수의견에 그쳤다.


이 여론조사에서 전두환은 긍정 평가는 가장 낮고(16%), 부정 평가(73%)는 가장 높았다.  부정평가 이유로는 광주민주화운동 폭압, 부정부패, 독재, 쿠데타 등이 꼽혔다. 긍정 평가 근거로는 '경제정책, 삼청교육대 등 범죄자소탕, 먹고 살기 좋았다, 리더십' 등 답변이 나왔다.


미국의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18일(현지 시간) 발표한 조사 결과에도 유사성이 보인다. 한국을 포함한 17개 선진국 ( 주, 뉴질랜드, 스웨덴, 프랑스, 그리스, 독일, 캐나다, 싱가포르,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일본, 영국, 미국, 스페인, 대만)의 성인 1만 9000명을 대상으로 '삶의 의미'를 물었다. (설문조사 및 심층 면접 병행) 이중 '물질적인 풍요'가 첫 순위로 꼽힌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다행히 근래 정부 각료 수장들의 취임 일성을 보면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는 다짐이 많다.  경찰청장도, 검찰총장도, 지방정부 수장들도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제시했다. 조직 운영 핵심 방향으로 '인권 최우선'인 기관도 차고 넘친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여전히 민간인집단학살은 '전쟁 때'라는 이유로, 부정부패와 군사 쿠데타는 '경제발전'이라는 이유로 쉽게 '공칠과삼'으로 평가된다. 검찰총장을 역임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전두환에 대해 '5.18 빼면 정치 잘했다'라는 평가도 같은 맥락이다. 한 마디로 '그때'는 논리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때'를 앞세워 '그 시기에는 산업화가 우선순위였기에', '그때는 사회정화가 시급한 과제였기 때문에'라며 민주주의 파괴나 인권 유린 심지어 헌법 파괴까지 용인하는 말과 행동은 멈춰야 한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도, 나치의 유대인학살도 '공칠과삼'으로, '유대인학살만 빼면 잘했다'라는 말이 회자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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