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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돌(고려대 교수), 심규상(오마이뉴스 기자), 양해림(충남대 교수), 장원순(공주교대 교수), 좌세준(변호사)님이 돌아가며 2주에 한 번씩 인권현안에 대해 기고를 하는 전문가 칼럼입니다.

경제 사범과 가석방, 그리고 인권

작성자대전충남인권연대 작성일21-08-24 19:13  |  58 읽음

강수돌(고려대 명예교수, 세종환경연 난개발방지특위 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막바지에 치닫는 가운데 임기 중 마지막 광복절을 맞이하여 굵직한 경제사범 두 사람에 대해 가석방 조치가 이뤄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우선, 이재용은 어떤 사람인가? 그는 삼성재벌의 3대 세습총수로 통한다. 1대 총수는 이병철, 2대는 이건희였다. 이병철은 법망을 교묘히 피해 아예 수사조차 받지 않았으나 이건희는 ‘삼성X파일’로 상징되는 뇌물 건 등 3차례나 수사 대상이 되었는데, 물론 ‘관리의 삼성’답게 구속은 피했다. 3대 이재용은 불행히도(?) 삼성총수로는 처음으로 구속된 바 있다. 그 대략의 경과는 이렇다. 2014년 5월 이건희가 심장마비로 의식불명이 된 뒤, 삼성의 경영권 3대 세습이 구체적으로 진행됐다. 박근혜 정부 때 이재용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중심에 있었고, 그 와중에 최순실-박근혜의 ‘국정농단 사건’과 얽혔다. 박근혜의 청와대는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를 도왔고, 삼성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를 체계적으로 지원했다. “국정농단 철저 수사”와 “적폐청산”을 외친 촛불혁명 앞에 박영수 특검팀이 끝내 이재용을 구속 기소했다. 그는 1심에서 징역 5년,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경영권 승계 현안 등을 위한 부정청탁이 없었다는 2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2심 뒤 잠시 서울형무소에서 풀려났던 이재용은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약 3년만에 다시 법정 구속됐다. 3심에서 인정된 뇌물액만도 86억 원이 넘었다. 액수에 비하면 ‘솜방망이’ 처벌이었다. 그렇게 재수감된 지 다시 207일 만인 2021년 8월 13일 가석방됐다. 이재용은 그간 부당합병, 회계부정, 마약사범(프로포폴) 등 혐의를 받았다.


  그렇다면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어떤 사람인가? ‘황제보석’으로 유명해진 이 회장은 무려 519억 원의 회삿돈을 횡령하고도 징역 2.5년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원래 2018년 2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조세포탈, 공정거래법 위반, 임대주택법 위반 등 12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았으나 “고령으로 인한 심각한 합병증”을 이유로 보석을 신청했고, 법원은 단순한 병보석이 아니라 3일 이상 여행이나 증거 인멸까지 가능한 일반보석 성격의 허가를 해줬다. 특혜였다. 항소심도 9개월이나 지연 개최됐고, 2심 후 구속 중에도 구속집행정지를 통해 풀려나기도 했다. 대법원 최종심에서도 양형치고는 최소인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재구속 되었는데, 그나마 이번에 이재용 부회장과 나란히 가석방됐다.

  

  도대체 가석방제도의 취지는 무엇인가? 가석방이란 마치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도 잘 묘사되듯 “재범 우려가 없는 모범수형자, 생계형 범죄자, 노약자 등을 조기에 사회에 복귀시켜 재사회화를 촉진하려는” 제도다. 검찰이 기소해서 법원이 재판하고 선고를 하면 법무부 장관이 가석방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다. 이번에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위 두 사람을 포함한 상당수의 가석방을 허가했다. 박 장관은 2021년 8월 9일 가석방심사위원회 회의가 끝난 뒤,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아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범 가능성이 낮은 모범수형자 810명”에 속한 이유에 대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가석방 조치에 대해 경제계에선 환영의 뜻을 드러냈지만 시민사회 내부엔 상당한 공분이 일었다. 이중근 회장이나 이재용 부회장은 “생계형 범죄자”도 아니고 “노약자”라 하기도 어려우며 “재범 우려가 없는 모범수형자”라 보기도 쉽지 않은데, 무슨 근거로 가석방이 허가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특히 박 장관의 말대로 “재범 가능성이 낮은 모범수형자” 범주에 그들이 속하는지에 대해 대다수 촛불 시민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예컨대, 참여연대는 “이번 결정의 몸통인 문재인 대통령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문 대통령은 더 이상 법무부 장관과 가석방심사위원회 뒤에 숨지 말고 이 부회장 가석방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항의했다. 또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가석방심사위원회가 검찰의 부동의 의견과 선례를 무시하면서까지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허가한 것은 재벌에 대한 특혜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재벌이라는 이유로 쉽게 가석방이 된다면 이는 우리 사법제도의 공정성을 중대하게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 지적했다.


  반면, 자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들이나 보수 언론들은 적극 환영했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기업의 변화와 결정 속도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이번 이 부회장의 가석방 결정으로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허용해 준 점을 환영한다”고 논평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 가석방 계기로 반도체 등 전략산업 선점경쟁에서 초격차 유지와 미래 차세대 전략산업 진출 등의 국가경제 발전에 힘써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또 한국경총(경영자총협회)도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 결정은 그간 경영계에서 밝혀왔던 입장과 국민적 공감대가 받아들여진 것으로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부회장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세계 1위 반도체 강국으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다지고, 국가경제 발전에 더욱 기여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크게 세 측면만 따져보자.


  첫째, 여기서도 분명히 드러나는 것은 ‘법 위에 자본이 있다’는 점이다. 사실, 상기 박 장관이 말한 가석방의 취지와 근거는 법무부 장관의 말이란 점에서 스스로 사법제도를 형해화하는 꼴이다. 즉, 수많은 시간과 돈, 에너지를 투입해서 1심, 2심, 3심의 법원이 판단한 내용에 대해 (물론 그 판단과 선고 내용조차 신뢰가 안 갈 정도로 엉터리지만) 그마나 그것조차 사회정의나 사법정의에 걸맞게 집행하지 않고 터무니없는 이유를 들어 ‘유전무죄’의 형국을 반복하고 있으니 이는 법무부나 촛불 정부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독일 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로, ‘자기가 걸터앉은 나뭇가지를 스스로 자른다.’는 말이 있는데, 이른바 촛불 정부가 자기 발이 딛고 선 토대를 스스로 허무는 꼴이 아닌가 싶다. 그 결과, 대한민국의 법 위에는 자본이 군림하고 있다.


  둘째, 더구나 지금까지 박정희 식의 ‘개발독재’에 대해, ‘경제성장은 인정하나 그 과정에서 압살된 민주주의가 문제’라고 비판하던 시각이 이번 가석방에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국가 경제 발전” 논리 앞에 불법, 탈법, 위법은 아무 것도 아닌 셈이기 때문이다. 같은 논리라면 2016년 가을부터 2017년 봄까지 부단히 들었던 촛불의 의미는 무엇이며, 앞으로도 자본가가 그 어떤 불법을 저질러도 “국가 경제”라는 이름 아래 가석방 내지 불구속이 반복될 것 아닌가? 여기서 우리가 견지해야 할 입장은, 그 어떤 경제 행위자라도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법 자체가 문제가 있기도 하고, 법의 재량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일갈한 바 있듯, 대한민국 법은 ‘만인에게 평등’한 게 아니라 (재벌 등) ‘만 명에게만 평등’하다. 돈 있는 자에게는 관대하고, 돈 없는 자들만 엄격한 법의 심판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따지고 보면, 그간의 경제발전이나 경제성장이란 농민과 농촌을 희생하여 공업화, 산업화를 하고, 노동자를 희생하여 재벌의 배를 채우는 과정이었다. 그나마 노동운동의 성장으로 분배가 좀 나아졌다곤 하지만, 사회경제 양극화나 자연 생태계 파괴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다. 이런 것을 한사코 바로 잡으려 해도 모자랄 판인데, 그런 문제의식은 없이 경제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재벌의 불법 행위를 합리화하는 것은 촛불정부답지 않다. 


  셋째, 최근 정경심 교수에 대한 2심 판결이나 정진웅 검사에 대한 1심 판결을 보면, 대한민국 사법부의 이상한 행태는 단지 돈의 문제만이 아니라 권력의 문제이기도 함을 알 수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는 항소심에서 자녀 입시비리 혐의에 대해 유죄 판시되어 징역 4년을 선고 받았다. 과연 입시비리가 얼마나 중했는지, 어떤 불법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다툼이 많다. 설사 ‘불법’이 있다고 해도 과연 그게 징역 4년형을 받을 일인가? 80억대 뇌물 제공이나 500억대 공금 횡령에 대해선 가석방까지 해주면서, 표창장이나 인턴 증명서 문제를 가지고 징역 4년형을 주는 것은 아무래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나아가 정진웅 검사는 어떤가? 정 검사는 검언 유착과 사법 비리 혐의를 받던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폰 유심칩을 압수 수색하던 과정에서 몸싸움을 했다. 한 검사장이 휴대폰을 뺏기지 않으려 하는 반면, 정 검사는 이를 뺏으려 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해도 불가피한 충돌이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한 검사의 검언 유착(이동재 전 채널A기자와의 유착 의혹)을 밝히는 데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 검사가 “독직폭행”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징역 4개월,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이 두 건만 보더라도, 현재의 사법부나 검찰은 사법정의나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헌신하지 않는다. 오히려 돈이나 권력의 편에서 기득권층이나 특권층을 옹호하고 각종 개혁이나 변화들에 대해 완강히 저항한다.


  바로 이런 점을 보더라도 우리는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이 제대로 되어야 그나마 보통사람들의 상식과 양심이 왜곡되지 않을 것임을 알 수 있다. 사회가 혼란스럽고 행위의 기준이 모호할 때, 최종적으로는 사법부가 정의를 바로 세워야 혼란이 수습되고 사람들도 올바른 판단과 행위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사법부나 법 행정은 여러 모로 자가당착에 빠져 있다. 우스꽝스럽게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사법농단의 와중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래도 법원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건전한 조직”이라며 “법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사회가 무너진다.”고 했다. 자신이 나서서 ‘재판거래’나 ‘판사 블랙리스트’ 등 사법농단을 자행했으면서도, 그리하여 마침내 2019년 1월에 전직 대법원장 최초로 구속 수감되었으면서도, 그런 불법의 책임자였던 사람이 어떻게 “법원 신뢰”를 말할 수 있는가? 물론, 여전히 수많은 판사나 검사들이 사법정의를 바로 잡고자 각고의 노력을 한다. 하지만, 돈과 권력에 눈먼 상당수 정치 판사나 정치 검찰이 온 나라의 정의를 어지럽힌다. 이를 바로 잡을 때 비로소 우리는 ‘법 앞의 평등’을 말할 수 있고, 인권이 제대로 수호되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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