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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서(배재대 교수), 장수명(한국교원대 교수), 좌세준(변호사), 양해림(충남대 교수), 강수돌(고려대 교수), 심규상(오마이뉴스 기자), 장원순(공주교대 교수)님이 돌아가며 2주에 한 번씩 인권현안에 대해 기고를 하는 전문가 칼럼입니다.

조선학교 여학생들이 등,하교 교복 따로 챙기는 이유 - 형태만 바뀐 일제강점기에 사는 일본 속 재일조선인

작성자대전충남인권연대 작성일19-10-01 12:23  |  47 읽음

심규상 (오마이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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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_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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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_심규상


 

'비록 교사는 빈약하고 작고/큼직한 미끄럼타기 그네 하나/ 달지 못해서/너희들 놀 곳도 없는/구차한 학교지마는/아이들아/이것이 단 하나/조국 떠나 수만리 이역에서/나서 자라 너희들에게/다시 조국을 배우게 하는/단 하나의 우리 학교다/아아, 우리 어린동지들아'

 

해방 직후인 1948년 일본 가와구치 조선 중학교 허남기 교장이 개교기념으로 쓴 <아이들아 이것이 우리 학교다> 시 일부입니다. 이 시는 지난 2000년 한국에서 노래로 만들어져 애창되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많은 조선인이 징용으로 끌려갔습니다. 해방됐지만 생계, 불안한 한반도 정치 상황 등으로 적지 않은 조선인이 일본에 머물렀습니다. 재일조선인, 재일한국인 1세대입니다. 이들은 일본 사회에서 각종 사회적 차별에 시달렸습니다. 일본 정부는 "일본으로 귀화할 생각도 없는 이들을 보호할 이유가 없다"며 탄압했습니다.

 

<해방 직후 조선학교폐쇄령 내린 일본 정부, 지금은?>

 

특히 일본 정부는 재일교포들의 민족교육을 방해했습니다. '일본의 교육 방침을 따르라'고 요구했습니다. 교포들은 우리 말 우리 글을 배우고 가르치기 위해 학교를 세웠습니다. 남한의 이승만 정부의 무관심으로 인해 북한의 지원으로 조선학교를 운영했습니다. 비록 판잣집이지만 돈 있는 사람 돈을 내고, 힘 있는 사람 힘을 보태 학교를 자력으로 지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불법이라며 조선학교폐쇄령을 내렸습니다. 학교를 강제로 폐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어린 학생이 숨지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현재 조선학교 고등학교에 다니는 여학생들은 '2 교복'을 입고 학교로 갑니다. 1 교복은 치마저고리입니다. 2 교복은 일본 학생들이 입는 재킷식 교복입니다. 치마저고리를 입고 학교에 다니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등교하는 전철에서 누군가 치마저고리를 찢은 일이 빈번히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교내에서만 치마저고리를 입고, 등하교 때에는 제2 교복으로 갈아입는 이유입니다. 일본 정부와 사회의 차별과 편견으로 540여 개 달하던 조선학교는 현재 64개로 줄었습니다.

 

<고교무상화 유독 조선학교만 제외>

 

단지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학교와 사회에서 받는 차별은 상상을 뛰어넘습니다. 몇 해 전 일본 후쿠오카에 있는 조선학교 졸업식에 갔습니다. 졸업식 내내 졸업생도, 재학생도, 학부모도 얼굴이 온통 눈물범벅이었습니다. 축하해주기 위해 달려온 지인들 눈에서도 눈물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일본 정부는 조선학교 고급학교 과정을 수료해도 공식 학력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민간 기부금에 세제 혜택조차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학교 수마저 부족해 중급부에 진학하려면 일찌감치 가족과 떨어져 먼 곳으로 유학의 길을 떠나야 합니다.

 

특히 지난 2010년부터 외국인 고교무상화 방침을 밝혔지만 조선고급학교는 제외됐습니다. 일본 정부의 지침대로 역사와 사회를 가르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과거 식민지배는 강제성이 없었고 종군위안부도 자발적이었다고 가르치면 지원하겠다고 합니다. 일제강점기 때처럼 재일교포들의 정체성을 없애려는 시도입니다.

 

학부모는 우리 역사, 우리 글을 가르치기 위해 일찌감치 가족의 품을 떠나 객지 생활을 한 아들, 딸이 아프고 대견해 울고, 재학생과 졸업생은 차별을 딛고 당당하게 졸업하는 자부심의 눈물인 셈입니다. 일본 정부를 향한 분노의 눈물도 섞여 있을 겁니다.

 

<형태만 바뀐 일제강점기...재일조선인 마주 보아야>

 

얼마 전 일본 후쿠오카 지방법원은 '조선학교 학생을 고교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일본 헌법, 국제법, 유엔의 권고 모두를 위반한 것이지만 국제사회 어디에서도 말 한마디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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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_심규상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피해자에 대한 판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무역 보복으로 한일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 상품 불매와 일본 여행 안 가기 등 시민 행동도 뜨겁습니다. 더 나아가 재일교포의 역사와 조선학교에서 차별 속에 살아가는 아이들을 진지하게 마주 보았으면 합니다.

 

외국인 학교 가운데 조선학교만 무상교육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특정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조선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 대한 권리 침해입니다. 재일조선인들은 형태만 바뀐 일제강점기를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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