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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서(배재대 교수), 장수명(한국교원대 교수), 좌세준(변호사), 양해림(충남대 교수), 강수돌(고려대 교수), 심규상(오마이뉴스 기자), 장원순(공주교대 교수)님이 돌아가며 2주에 한 번씩 인권현안에 대해 기고를 하는 전문가 칼럼입니다.

노동권과 집배노동자의 장시간 노동

작성자대전충남인권연대 작성일19-07-10 14:13  |  194 읽음

양해림(충남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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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_연합뉴스
 

근무시간이 주 52시간을 넘어서고, 매일 사고 위험에 노출되면서 생계가 어려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인 우정직군 공무원인 집배원이 있다. 지난해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기획추진단에 따르면, 집배원의 연간 노동시간은 하루 평균 11시간 6, 연평균 2,745시간에 달한다. 이는 임금노동자 연평균 노동시간(2,052시간)보다 693시간 많은 수치다. 지난 2014년부터 올해까지 사망한 집배원만 101명이다. 이들 집배원은 대체로 과로로 세상을 떠났다. 매일 생사를 넘나드는 소방관 산재율의 1.5배 수준이다. 지난 76일 민주노총 전국집배노조는 청와대 앞에서토요택배 완전폐지! 정규인력 증원! 비정규직철폐!”우정노동자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이들의 죽음을 잊지 않기 위해 101명 삭발식을 진행한 바 있다.


지난해 7월에는 경기도 안산에서 21년차 집배원이이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하라네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신이 근무하던 우체국 앞에서 분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집배노조는 집배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장시간·중노동 문제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정노동자들은 반복되는 집배노동자의 과로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업 찬반투표에서 92%라는 압도적인 찬성률을 보였다.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135년 우정사업 역사에서 사상 처음으로 우정노동자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주지하듯이, 노동은 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각종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기 위하여 투입되는 인간의 정신적, 육체적 노력 가운데 경제적 보수나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를 말한다. 우리나라 노동관계법에 따르면 임금, 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 모두를 노동자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노동권이란 노동을 할 능력을 갖춘 자가 노동을 할 기회를 사회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일컫는다. 또한 노동권은 현실에서 노동을 할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일반 기업에 취직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해 국가 또는 공공단체가 최소한 일반적인 임금으로 근로의 기회를 제공하고, 그것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이에 상응한 생활비를 부여할 것을 요구하는 권리이다. 이러한 노동권에 관해 근본적으로 다른 세 가지의 개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첫째, 개인이 자유롭게 근로의 기회를 얻음을 국가가 침범하지 못한다는 소극적 의미의 자유권적 기본권으로 보고 있는 17·18세기의 개인주의·자유주의를 배경으로 하는 자연법적 기본 권리의 개념이다. 둘째, 국민의 균등한 생활을 보장하고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적극적 의미의 생존권적 기본권으로 이해하는 20세기의 복리·후생주의적 노동권의 개념이다. 셋째, 이러한 의미의 노동권은 법사회주의를 주창한 멩거(Anton Menger)이래로 주로 독일에서 제창되어 1919년 바이마르헌법에서 처음으로 채택되었다. 우리나라 헌법에 노동권의 규정은 단순한 직업선택의 자유 이상의 적극적 의미의 생존권적 기본권으로서의 근로권을 인정한다. 동시에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해야 한다.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르면,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하는 것(헌법 제321,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헌법 제342)는 조항을 함께 선언하고 있다. 이는 본질적으로 생존권적 기본인권이다.

 

최근 들어 집배원이 주로 다루어 왔던 우편 물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왜냐하면 휴대폰, 스마트 기기들이 보편화되면서 서신 왕래가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달 시에는 수취인의 서명을 받아야 하는등기소포의 경우, 지난 10년간 2(200812,672, 201827,1304,000) 이상이나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정노사협의회는 201971일부터 토요 집배를 폐지하고 집배원 2,000명을 정규직으로 증원할 것을 결의했다. 그 일환으로 올해 예산 논의 과정에서 집배원 1,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까지 통과했다. 하지만 최종 결정을 앞두고 일명깜깜이 심사로 불리는 소위원회에서 유야무야 처리됐다.

 

장시간 노동은 우리의 삶 전체를 예속하는 복잡한 원인들이 뒤얽힌 통치의 산물이다. 이를테면바쁜 일거리가 있어야 좋은 거야라는 자조 섞인 위안,‘돈을 벌 수 있을 때 바짝 벌자는 위기의식,‘그래도 늦게까지 엉덩이를 붙이고 있어야 상사 눈밖에 안 나지라는 통념,‘젊을 때 일을 안 하면 나이 들어 일할 수 없다. 야근은 축복이다라는 등의 왜곡된 신념이 뒤섞여 있다. 이런 자조적인 노동 환경 속에서 집배원 노동조건의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이 절실하지만,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왜냐하면 이 기구에서 합의안이 도출된다고 해도 우정본부가 이행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논의기구의 신뢰는 밑바닥 수준이며 새로운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하기 전에 기존 사회적 합의기구 권고안 이행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도 급선무다.


매년 수십 명이 장기노동으로 인해 과로사하는 집배원들, 이들의 죽음은 정말 막을 수 없는 불가피한 것일까? 촛불정부라고 자처하는 문재인정부, 집배노동자의 생존권적 기본인권에 정말 관심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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