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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이후, 북미 핵협상의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

작성자대전충남인권연대 작성일19-04-02 10:31  |  452 읽음

하노이 이후, 북미 핵협상의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 


                                       글_  좌세준(변호사) 



 10년 넘게 책 읽기를 함께 하는 모임이 있다. 2주마다 한 권씩 꼬박꼬박 읽어온 것이 12~3년 남짓이 된다. 같은 책을 읽더라도 혼자 읽는 것에 비해 여럿이 함께 읽으면서 얻게 되는 것들이 많다. 책을 읽고 나서 나누는 대화를 통해 혼자서는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되기도 하고 더 읽어볼만한 책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한다.  


 최근 이 모임에서 읽고 있는 책을 한 권 소개한다. 이삼성 교수가 쓴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다. 저자 이삼성은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1989년 첫 논문으로 <광주 민중봉기와 미국의 역할>을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한반도 핵문제와 미국외교》, 《한반도의 선택》, 《세계와 미국》을 내는 등 북한 핵, 남북문제, 동북아 질서와 미국에 대해 인상적인 연구를 해 온 학자다. 2018년 3월에 나온 이 책은 9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다. 2주 만에 읽을 수는 없는 분량이라 4주를 잡고 읽고 있다. 사실 이 책은 2019년 2월 27일과 28일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공리에 끝났다면 북한 핵 문제에 대한 ‘회고성’ 저작에 머물렀을 수도 있다. 역설적이지만 하노이 회담 ‘결렬’은 지금 당장 이 책을 책꽂이에서 꺼내 읽어야할 절실한 동기를 제공한 셈이다. 이 책을 읽어보아야 할 이유를 나는 다음 세 가지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첫째, 북한 핵무장의 계기와 원인, 남북대화와 북미 핵협상의 역사를 알지 못하면 하노이 회담 이후 관련 뉴스들을 온전히 따라잡기 어렵다. TV와 인터넷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북한 핵 관련 뉴스의 행간을 읽어내려면 제네바합의, 6자회담, 9·19 공동선언, 플루토늄, 농축우라늄, 영변핵시설, 미사일방어(MD), 선제타격, 유엔 대북제제 결의 등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정확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는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엉뚱하고 비현실적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노이 회담 결렬을 전후하여 남한의 핵무장이나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거론하는 자유한국당 인사들에게는 이 책의 제7장 ‘한국 핵무장과 전술핵 재배치는 왜 답이 아닌가’ 부분을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둘째, ‘남북대화 진전’과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할 문재인 정부는 하노이 회담 이후 남북관계, 북미관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 이 책이 나온 2018년 3월은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남북대화의 물꼬가 트인 시점이었다. 이후 판문점과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체제’로 가는 길을 연 문재인 정부에게 하노이 회담 결렬은 한반도 비핵화로 가는 길목에 가로놓인 장애물임이 분명하다. 이 장애물을 어떻게 타고 넘을 것인가? 그 해답은 결국 김대중, 노무현 정부 당시의 남북대화, 북미대화의 경험들을 반추해보고 당시의 국내적, 국제적 조건들과 현재의 그것들을 냉철하게 분석해나가는 데서 도출될 것이다. 


 셋째,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의 미국과 북한의 반응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간 대화, 남북대화, 6자회담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최근 미국과 북한의 반응에 담긴 정치적 의미를 읽어낼 수 있는 일정한 ‘패턴’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이후 유엔의 대북 제제결의안은 “지난 한 세대 동안 한 나라에 대해 내려진 가장 강력한 제재”였다. 오죽하면 그 제재의 주도권자인 트럼프 대통령마저 최근 “북한 주민들이 이미 대단히 고통 받고 있으므로 현시점에서 추가 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을까. 이 책에서도 지적하고 있지만 “미국과 한국이 북한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추구한 시기에는 그나마 북한의 핵무장과 미사일 개발이 동결되거나 지연됐다. 반면 한미동맹이 북한에 군사적 압박을 높일수록 북한의 핵무장과 미사일 개발은 쫓기듯 추진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미국의 대북 추가제재 조치 철회, 4월 11일 한미정상회담 개최로 ‘결렬’ 이후의 북미대화, 남북대화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우리 눈으로 한반도 평화체제의 완성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목도하기 위해서는 ‘군사적 옵션’은 답이 될 수 없고 오직 ‘대화’만이 해결책임을 이 책은 명확히 지적하고 있다.  


 이 책의 제목처럼 한반도는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섬뜩하지만 1994년, 그리고 트럼프 정부 초기에도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등 ‘군사적 옵션’이 거론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군사적 옵션이 남북한 공멸의 결과를 낳을 것임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이 책의 제10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0장의 제목은 ‘북한 급변사태 시 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반도의 운명’이다. 놀라운 대목은 미국의 보수 싱크탱크나 북한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북한 정부가 붕괴하는 경우 중국과의 무력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북한의 적당한 위치를 경계로 하는 ‘분할선’을 둘 것을 권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북한이 우발적 사유이든 대북 제제로 인해서이든 붕괴하는 경우 평양-원산 라인 북쪽은 중국이, 그 이남은 한국과 미국이 장악하는 것을 잠정적으로 인정함으로써 무력충돌을 피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 대목을 읽다보면 해방 직후 38도선을 경계로 한 소련군과 미군의 한반도 분할 점령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삼성 교수도 지적하고 있지만 전쟁뿐만 아니라 북한이 붕괴하는 사태 또한 한반도 평화체제 완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 붕괴를 전제로 한 북핵 문제 해결은, 결과적으로 북한 지역의 재분단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은 판문점에서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었음을 8천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했다. 결국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판문점 선언의 원칙을 실현하는 길 뿐이다. 이삼성 교수가 이 책의 앞머리에 쓰고 있는 것처럼 “한반도 통일은 외부의 국제적 조건에서 올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한반도 내부, 남북한의 내적 동력으로만 가능”한 것이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대화나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과의 관계라는 국제적 조건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국제적 조건을 남한과 북한의 내적 동력으로 돌파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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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_연합뉴스

 

핵 없는 한반도, 평화체제가 완성된 한반도로 가는 길에는 아직도 넘어야 할 험준한 산과 건너야 할 사나운 파도가 남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험한 산과 사나운 파도를 어기여차 함께 넘고 건너야 하는 것,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함께 가야 할 것은 다름 아닌 남과 북이다. 남과 북의 선택은 ‘평화’일 수밖에 없다.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 이 책의 화두 또한 ‘평화’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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