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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서(배재대 교수), 장수명(한국교원대 교수), 좌세준(변호사), 양해림(충남대 교수), 강수돌(고려대 교수), 심규상(오마이뉴스 기자), 장원순(공주교대 교수)님이 돌아가며 2주에 한 번씩 인권현안에 대해 기고를 하는 전문가 칼럼입니다.

김용균법과 인간의 존엄성

작성자대전충남인권연대 작성일19-02-04 15:57  |  326 읽음

김용균법과 인간의 존엄성

 

양해림(충남대 철학과 교수)




 지난 20181211일 충남태안화력발전소 9.10 호기 석탄운송용 컨베이어밸트에 끼어 청년 김용균씨가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는 최근 12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김씨의 49재를 맞아 6차 범국민 추모제를 열고 사고의 진상규명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촉구했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숨진 청년 김용균씨는 발전소 운전 정비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였고,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혼자 안타깝게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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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_ YTN) 


그는 서부발전 충남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하청업체 소속으로 밝혀졌다. 당시 21조 근무 조항이 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았으며 사고 당시 김용균씨는 홀로 근무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자들은 그동안 ‘21근무를 요구해 왔지만, 서부발전이나 하청업체 쪽은 위험업무가 아닌 단순업무라는 이유로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번 참사는 누군가 한 사람만 있었더라도 안전장치를 작동해 기계를 멈출 수 있었지만, 그의 곁엔 아무도 없었다. 결국 21조 근무 규정만 지켰더라도 사고 발생 직후 응급조치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너무 안타까운 죽음인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고는 21조 근무조항과 안전수칙만 받아들여졌더라면 일어나지 않을 사고였다.

 

비용의 최소화라는 명분 아래 기본적인 안전 규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산업현장은 위험의 외주화라는 지적이 많다. 그러면 산업현장에서 기본적인 안전 규정이 지켜지지 않는 근본적인 문제점은 무엇인가

이번 사고는 우리에게 산업안전 의식을 높이고 모든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한 기업들의 체질 개선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우리 주변의 위험 작업장에 대한 보다 철저한 안전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김용균씨를 죽음으로 몰고 갔던 직접적인 원인은 발전사가 직접 운영해야 할 업무를 민영화, 그리고 돈벌이를 위해 경쟁을 도입하여 하청업체로 넘긴 외주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충남태안화력발전의 21의 근무 등이 지켜지지 않는 환경을 위험의 외주화와 분리하여 생각하기 힘든 현실이다. 지난 20165월 서울 구의역 사고 이후,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을 정규직으로 고용해 직접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 등이 약 2년이 지나서야 국회에서 지난 2019115일에 외주 근로자의 위험 노출을 막기 위한김용균 법이 공포됐다.

 

이번 충남태안화력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산업 현장의 안전 문제를 비롯해 위험의 외주화 문제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 그럼 산업 현장의 안전 문제를 인간생명의 존중 측면에서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번 참사는 생명·안전 관련 업무를 비정규직의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아서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21조 원칙 위반과 위험한 근무환경은 김용균씨를 발전소에 직접 정규직으로 고용됐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기 때문이다. 특히 시설 정비·운전업무를 담당하는 하청업체 직원들은 자신들의 업무가 생명·안전과 밀접한 업무라고 말하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안전점검과 조치를 강화하는 것은 다소 다행이다. 그러나 잇달은 하청노동자 사망사고의 근본 원인인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이제라도 정부나 기업체들은 작업장 안전 환경은 제대로 갖춰졌는지, 비정규직 근로자 홀로 생명이 위험한 작업 환경에 노출된 곳은 없는지 꼼꼼히 점검하는 등 직업 환경 개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생명 안전을 철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칸트는실천이성비판(1788)에서 인간이 왜 존엄한가’, ‘어떻게 하면 그 존엄성을 지켜갈 수 있는가를 일러 준다. 그는 사람으로 하여금 사람다움의 모습을 알게 하고, 사람으로서 위신을 높여 갈수 있는 방도를 합리적으로 깨우쳐 주는 인간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 칸트는 인간을 단지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항상 목적으로 대우하라고 말한다. 인간의 존엄성은 태어날 부터주어지는 것이지만, 그것을 지켜 나가기 위해 인간다움의 목표, 곧 인간이 스스로 만든 도덕법칙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이렇게 인간은 존엄한 존재로서 태어났지만, 그렇다고 존엄한 가치를 영원히 보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인간은 인격체로서의 인간’, 즉 도덕적이고 동시에 실천적인 이성의 주체로서 행위할 때, 비로소 그 인간이 존엄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인간은 누구든, 어디에 살든, 존중할만한 가치가 있다면, 단순히 집단적 행복의 도구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칸트에게서 생명의 안전은, 인간생명의 존중, 인간 존엄성의 관점에서 강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 있을까?

 

인간 존엄의 개념은 이성을 지닌 인격체의 원리와 관련되어 있다. 이성을 가진 인격체로서의 인간과 생물학적 인간은 서로 동떨어져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인격체의 존엄성은 자신의 자의식, 그리고 이성을 갖춘 인격체가 갖고 있는 우리 인간을 말한다. 더욱이 인간의 존엄성은 우리 인간이 절대적 가치를 갖고 있다는데 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가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의 생명도 신성하게 여겨져야 한다. 그래서 인간은 어느 누구든지 어떤 존엄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은 그 자체 내에서, 그리고 그 자신에게서 생겨난다. 나아가 인간의 존엄성은 자기 자신 이외의 다른 어떤 존재와도 목적에 이용되는 근거로 취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존엄성은 업적이나 지위 명예를 근거를 하지 않고, 단지 인간이라는 사실 때문에 인간이면 누구에게든 주어지는 개인적 존엄성을 일컫는다. 이런 점에서 인간의 존엄성은 어느 누구에게도 양도할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의 목숨, 생명은 누구를 막론하고 모두 다 소중한 것이다. 앞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경시당하는 일이 없도록 불합리한 제도나 관행을 바꾸는 노력이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면 이번 충남태안화력 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어떤 대안을 고민해 볼 수 있을까? 대안책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위험의 외주화는 인간의 존엄성차원에서 그리고 국민의 생명, 안전차원에서 보았을 때도, 원천적으로 금지돼야 한다. 이번 김용균법에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자들 처벌의 규정 상한선은 10년으로 되어 있지만, 그 하한선은 더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테면 위험방지 의무를 게을리한 사업주나 기타 관계자들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 보다 강력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근본적 문제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전환 방안이 정부차원에서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궁극적으로 원가 절감을 이유로 노동자 안전을 책임져야 할 사용자 의무까지 바깥에 떠넘기는 인간의 존엄성을 경시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반드시 근절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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